정책 일반
두산 ‘박승직상점’ 1896년 개점…활명수의 동화약품 117년 역사
뉴스종합| 2015-01-08 11:22
해방과 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해 70년만에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대한민국 경제사는 ‘빠른 변화’로 요약된다. 국가도 국민도 하루를 10년처럼 바쁘게 보냈다는 의미다.

이런 빠른 경제의 최일선에 서 있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단순 가공에서 출발해 조립, 건설, 중화학, 전자, 이제는 ICT 산업까지 우리 경제의 변화를 이끌어 온 기업들의 변화도 그 어떤 나라보다 심했다. 나름 ‘그룹’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기업 집단이 탄생한 1960년대와 지금, 상위 10대 그룹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린 곳은 삼성과 LG 두개 뿐이라는 사실, 또 한 때 재계를 주름잡던 수 많은 기업들이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이런 부침의 역사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예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지금까지 본업을 유지하며 100년 장수 기업의 꿈을 현실로 이어가고 있는 회사들도 우리 주변에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반도에 ‘기업’이란 개념조차 제대로 없었던 1890년대, 동대문의 조그마한 상점에서 시작, 종합상사와 맥주회사, 또 종합 소비재 회사에서 이제는 우리나라 대표 중공업 기업으로 거듭난 두산은 이제 ‘130년 역사’를 내다보고 있다. 1896년 지금 두산그룹의 모태인 ‘박승직상점’이 처음 문 연 그 자리에는 조그마한 비석이, 창업주의 장남이 이어받아 ‘두산’이라는 상호를 쓰기 시작한 연지동 터에는 두산아트센터가 남아있다.

특히 1997년 음료사업, 1998년에는 주력 사업인 OB맥주와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까지 파는 선제적ㆍ공격적인 구조조정은 수 많은 기업들이 사라진 외환위기에도 두산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신의 한 수’로 지금도 우리 경영학에 교과서 역활을 하고 있다.

지금도 소화제의 대명사로, 동내 약국은 물론 편의점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놓여있는 ‘활명수’를 만드는 동화약품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고종 황제의 선전관이던 민병호는 소화불량에 좋다는 궁중 비방에 양약 처방을 섞어 신식 소화제를 개발했다. 이 소화제는 ‘생명을 살리는 물’ 즉 ‘활명수’였고, 지금의 동화제약의 모태가 됐다. 당시 민병호가 만든 기업 동화약방은 국내 최초의 제조회사, 제약회사, 또 국내 최초의 등록상품과 상표(부채표)를 보유한 기업으로 남아있다.

‘몽고간장’도 우리 기업 역사를 논하는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몽고간장은 지금은 몽고식품, 몽고장유 두 기업 모두가 만들고 있지만, 이 두 회사의 모태는 모두 창업자 김홍구 회장이 1945년 해방 직후 만든 ’몽고장유공업사‘다. 그리고 창업주 고 김 회장의 장남은 영호남을, 동생은 서울을 중심으로 회사를 나눠 가졌다. 하지만 ‘몽고간장’이라는 이름 만큼은 아직도 공유하고 있다.

이 밖에 1924년 창립해 이제 90살을 내다보는 삼양그룹, 대한민국의 탄생과 함께 태어나 이제 70살 ‘고희’가 된 아모레퍼시픽, 70살 나이에 제빵 한류의 신화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는 SPC그룹 등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수기업들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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