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자의 자유…스스로 가는 차 2020 상용화
뉴스종합| 2015-01-13 11:14
벤츠·아우디 실제 자율주행 모습 선보여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 원년 가능성”
현대차 스마트워치로 ‘시동’…상반기 북미 출시
“스스로 주차”무인 발렛파킹은 이미 실현된 상상



우리가 타는 차는 얼마나 더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 자동차가 단순 기계가 아닌 두뇌를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된다면, 인간이 직접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행위를 자동차의 두뇌가 대신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더 혁신적으로 편리해질까.

지난 9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2015에서는 IT기술과 결합된 자동차의 미래가 커다란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CES에선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벤츠, 아우디, BMW 등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IT기술과 접목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s)와 자율주행기술 등을 선보였다.

벤츠에서 선보인 자율주행차‘ F015럭셔리 인 모션’의 콘셉트카는 내장된 센서로 동작을 감지하고 다른 차량과 거리를 측정한다. 이런 장치로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널 땐 거리를 인식하고 분석해 스스로 멈춘다. 자동화된 시스템 덕에 운전자는 자유로워진다.

▶완전 자율주행차 5년 내 등장, 2020년 상용화 기대
=스마트카는 이번 CES의 주제로 떠오른 사물인터넷(IoT)의 핵심 분야다. 사물인터넷은 온갖 물건에 인터넷 장치를 심은 뒤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을 뜻한다.

이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되면 주변차량이나 인간의 움직임을 자동차에 내장된 센서가 인식해 스스로 움직임을 조절한다. 운전이 자동화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마트카의 진화 방향은 자율주행 기술이다.

2020년, 인간이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완성차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는 CES에서 ‘거실같은 자동차 공간’을 테마로, 자율주행차 ‘F015 럭셔리 인 모션(Luxury in Motion)’의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차량은 내장된 센서로 동작을 감지하고 다른 차량과 거리를 측정한다. 이런 장치로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널 땐 거리를 인식하고 분석해 스스로 멈춘다. 자동화된 시스템 덕에 운전자는 자유로워진다.

자동차 운전석을 비롯한 의자는 360도로 움직일 수 있으며, 차 내부는 우리가 편히 쉬는 집안의 거실같은 공간으로 변모한다. 디터 체체 벤츠 회장은 “30년 전에 말했듯이 이런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고 이런 차들을 꿈꿔왔다. 그게 현실이 되다니 정말 환상적이다”라고 말했다.

벤츠‘ F015 럭셔리 인 모션’ 의 내장센서로 동작감지 모습.

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는 자율주행차로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아우디의 A7을 베이스로 한 자율주행차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900㎞를 자율 운전으로 달렸다. 탑승자가 있었지만 이 자동차는 도로 상황을 인식해 저절로 주행했다. 차에는 신호등, 주변 차량 등을 파악하는 센서 20여 개가 달려있다. 아우디는 이제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처리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를 소형화, 경량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고, 실제 시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듬는다는 뜻이다.

포드의 마크 필즈 회장도 “(핸들과 페달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는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5년 내에 누군가 무인차를 내놓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블루링크’. 스마트워치로 시동 거는 장면.

▶당장 가능한 기술은? 인포테인먼트ㆍ무인 발렛파킹=자율주행 차량이 ‘가까이 다가온 미래’라면, 커넥티드카는 ‘이미 실현된 상상’이다. 스마트폰과 차량 멀티시스템(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 간 연동서비스인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는 현실이 됐다.

포드는 음성작동 기술을 적용한 ‘싱크3’를 공개했다. 운전자가 이름을 말하면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주고 음성으로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운전자가 손짓으로 차량 내 오디오, 비디오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선보였다. 콘셉트카 ‘골프R 터치’ 차량 내부에 장착된 센서가 운전자의 손 움직임을 인식해 기기를 작동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는 스마트워치로 자동차 시동을 걸고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갖춘 차세대 ‘블루링크’ 시스템을 내놨다. 블루링크는 미래 신기술로 각광받는 차량용 웨어러블 기기로 올 상반기 북미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짧은 거리의 자율주행기술도 곧 상용화된다. BMW의 엘마 프리켄슈타일 부사장은 CES에서 자율주행기술을 공개했다. 엘마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S에 대고 “나를 데리러 와줘(Pick me up)”라고 말하자, BMW 차량이 스스로 운전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아우디도 LG의 신형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무대 위로 차량을 등장시키는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했다. 차량을 불러내는 것을 반대로 하면 차량이 스스로 차고로 들어가게 할 수 있다. 일종의 ‘무인 발렛파킹’이다. 초보 운전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가장 많은 접촉 사고를 내는 ‘주차’가 해결되는 것이다.

▶교통체증, 교통사고 확 줄어=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될 경우, 인간은 운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이동 자체를 즐기게 된다. 세탁기가 옷을 빨고 말리는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킨 것과 같이 소모 시간이던 이동 시간도 생산 시간, 노동 시간 안으로 흡수될 수 있다.

차량이 자율주행하면 도로 위 상황도 180도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자동차가 스스로 효율적인 주행경로를 짜기 때문에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스마트카가 보여줄 미래가 장밋빛일 수만은 없다. 이 모든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려면 법과 제도의 정비 및 자동화 시스템에 맞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도로 구조에 똑똑해진 차량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 도로 구조가 고도화되고 교통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스마트해지고 복잡하게 연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물리적인 법ㆍ제도 정비는 필수적이다.

당장 커넥티드카가 상용화되면, 차량 외부 해킹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론 운전 자체가 자동화될 경우 일자리를 잃게 될 직업 운전자들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