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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칼럼-박인호]겨울 소나무가 주는 교훈
뉴스종합| 2015-01-30 11:16
한겨울이 어느덧 절기상 소한(小寒)을지나 대한(大寒ㆍ20일)으로 접어들었다.북풍한설을 감당해야 하는 강원도 첩첩산중의 전원살이는 때론 휑한 허허로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 때마다 삶의 위안과 활력을 주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소나무다. 시린 겨울하늘과 흰 눈을 배경으로 우뚝 선 채 늘 푸른 기상을 발산하는 소나무는 가히 나무 중 으뜸이라 할만하다.

필자는 대표적인 농한기인 한겨울이면 틈날 때마다 주변 산을 오르거나 임도 산책을 한다. 이때 만나는 소나무는 가장 멋진 자연의 친구다. 깎아지른 벼랑의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모진 추위를 이겨내는 그 장엄한 생명력과 꿋꿋하고 고고한 자태를 지켜보노라면 움츠린 몸과 마음이 어느새 푸른 활력으로 가득 채워짐을 느끼게 된다.

소나무는 낙엽이 지는 활엽수와 달리 겨울에도 늘 푸르름을 자랑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그게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소나무 역시 다른 겨울나무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지방부분을 두텁게 하고 물의 순환을 줄이면서 어렵게 혹한을 견뎌낸다. 소나무 잎의 수명은 2~3년인데 부단한 자기 노력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기에 전체의 푸르름을 유지하는 것이다.

필자의 강원도 홍천 집 주변 밭에도 소나무 40여 그루가 있다. 전 땅주인이 조경 수용으로 심은 것 가운데 크기가 작고 볼품이 없어 조경업자로부터 택함을 받지 못해 그대로 남겨졌다. 비록 버림받은 소나무이지만 이후 잘 자라서 매년 봄 향긋한 송순을 듬뿍 안겨준다.

당시 두 그루는 집 가까이 옮겨 심었는데 그 중 한 그루는 아직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크기도 작고 잎도 연녹색으로 병색마저 띠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 소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수년 째 지켜봐왔다. 틀림없이 강하고 멋진 소나무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는다.

소나무가 지닌 불굴의 생명력을 지켜보는 것은 경이 그 자체다. 필자의 집 주변은 돌가루(석분)와 그 위에 자갈(파쇄석)이 깔려있다. 어느 날 현관 덱 아래를 보니, 어디선가 솔 씨 하나가 내려와 돌가루와 자갈 위로 생명의 싹을 틔운 것이 아닌가. 수분도 영양분도 말라버린 척박한 그곳에서 곁 가지는 고사하고 주가지 두 마디만 가까스로 뻗었다. 고작 한 뼘도 안 되는 크기에 몸은 야윌 대로 야위었지만 결코 자기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필자는 매일 아침 그의 안녕을 확인하며 용기와 기쁨을 얻는다.

소나무는 결코 환경을 탓하거나 억울해 하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의연하게 우뚝 서있다. 그리고 이웃 소나무들과는 뿌리를 서로 피해 뻗으면서 땅속의 양분을 나눈다. 나뭇가지와 잎들도 햇볕을 골고루 받기 위해 공간을 서로 나눈다.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상생의 본보기로 부족함이 없다. 그 쓰임새는 또 어떤가. 솔잎, 송순, 송홧가루, 송이버섯 뿐 아니라 죽은 사람을 위한 관부터 집을 짓는 목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요즘 세상을 보면 참 어지럽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가정도 흔들림이 큰 것 같다. 혹한에도 늘 푸른 소나무가 보여주는 의연함과 배려의 정신이 그래서 더욱 크게 마음에 와 닿는다. 겨울 소나무가 주는 값진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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