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저커버그는 투자자를 만나는 자리와는 너무 동떨어진 복장을 착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유로운 패션을 추구하는 미국인에게도 복장과 상황에 어울리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은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에도 그는 파자마와 슬리퍼 차림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하고, ‘나는 일밖에 모른다’는 상징성도 만들 수 있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부 IT 창업자들은 자신이 만든 서비스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패션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특이한 신발로 주목을 받고, ‘괴짜 천재’ 이미지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아디다스 슬리퍼. |
개인 순 보유 자산이 333억달러(한화 약 36조2000억원)에 이르는 저커버그는 공식석상에서 종종 독일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의 30달러짜리 슬리퍼를 신는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웹 2.0 컨퍼런스’에 흰색 세 줄이 뚜렷한 삼선 슬리퍼를 신고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공식석상에서 슬리퍼를 신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ㆍ자산 289억달러) 역시 괴상한 신발을 신는 억만장자로 유명하다. 브린은 2009년 11월부터 주요 구글 행사에 일명 ‘발가락 신발’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의 공동창업자와 파이브핑거스. |
110달러짜리로 좀 기괴해 보이는 이 신발은 이탈리아 신발 업체 비브람(Vibram)에서 2006년 출시한 파이브핑거스(Five Fingers)라는 스포츠화다. 주로 조깅, 마라톤이나 서핑, 수영 등 스포츠 활동을 할때 착용한다.
하지만 브린은 회의장에 이 신발을 신고 참석했다.
브린이 발가락 신발을 주요 공식석상에서 착용하는 것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구글의 서비스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브린은 2009년과 2011년 구글의 크롬 운영체제(OS) 등을 알리는 행사에서 발가락 신발을 착용했다. 당시 그의 신발은 많은 매체의 관심을 받았고, 동시에 구글의 서비스를 알리는 데도 성공했다.
저커버그의 삼선 슬리퍼 패션은 전략이기보다는 그의 성격 탓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매일 편하고 똑같은 패션을 추구하면서 보다 중요한 곳에 신경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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