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R&D 현장을 가다]‘연두’, 3단계 복합발효기술 결정체
뉴스종합| 2015-02-09 11:07
‘발효시대’ 여는 발효명가의 핵심
“R&D비중 5%…업계 평균의 5배
“간장 등 기초한 신소재 큰 성과
“比·日 등 해외시장 공략도 순조
“5~10년내 1000억원 매출 달성”


“세상은 서서히 발효의 시대로 옮겨 가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제1의 맛은 소금, 제2의 맛은 양념, 제3의 맛은 발효라며 이같이 예견한 바 있다. 실제 발효 음식은 세계적 트렌드로 대두하고 있다. 불가리아의 요거트, 스페인의 하몽, 일본의 낫토 등이 대표적이다. 장수와 웰빙이 삶의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면서 이를 뒷받침해 줄 식품기술로 발효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발효 식품의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된장, 간장, 청국장 등 각종 장류와 젓갈, 김치 등 발효 빼면 시체라 할만한 것이 한국 음식이지만, ‘전통’이란 이름에 갇혀 박제화돼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의 발효 기술을 현대적인 언어로 세계에 자랑할 만큼 연구가 충분히 진행돼있지는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발효식품에 있어서 맛ㆍ향ㆍ색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을 제어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연구원들이 영양성분 등 조건을 달리해서 배양한 미생물들이 얼마나 다르게 증식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샘표는 그런 의미에서, 이미 성큼 다가와 있는 ‘발효의 시대’를 우리의 시대로 만들기 위한 연구를 차곡차곡 해 나가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샘표는 지난 2013년 발효 전문연구소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세우고 연구를 더욱 확장해 나가고 있다. 샘표의 2013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약 5%로, 대다수의 국내 식품제조업체들의 비중이 1%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우리발효연구중심 연구개발1팀의 최용호 팀장은 “샘표가 만들어진지 올해로 69주년을 맞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간장 만드는 공장만 있는 회사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며 “1997년 박진선 대표가 오면서 제대로 조직을 갖추기 시작해 발효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샘표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유기농 차 브랜드 ‘순작’, 소스ㆍ잼 등 서양식 프리미엄 브랜드 ‘폰타나’, 육포 등 영양간식 브랜드 ‘질러’, 흑초 음료 브랜드 ‘백년동안’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여왔다. 모두가 발효 기술을 근간으로 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간장 등을 기초로 만들어 낸 식품 신소재는 샘표의 발효 연구가 집약돼 나타난 성과다. 가령 간장은 곰팡이와 효모, 유산균, 고쵸균 등 살아있는 미생물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맛ㆍ향ㆍ색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체적으로 곰팡이는 맛을, 효모는 향을, 유산균은 색을 좌우한다. 이 균들을 적절하게 배합해 발효하는 ‘복합발효’이기 때문에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인 것이다. 샘표의 요리 에센스 ‘연두’는 ‘3단계 복합 발효’ 기술을 통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최 팀장은 “1990년대 초반에는 연구원들이 전국의 간장 명인들을 만나 샘플을 추출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 발효 기술의 시간적ㆍ문화적 가치만 말하던 시절이었다”며 “한국의 맛이 왜 좋은지, 왜 건강에 좋은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 방법들을 계속해서 정리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샘표가 지난 2005년 선보인 신소재 전문 브랜드인 ‘세이버리치(savorich)’와 ‘펩리치(Peprich)’도 그 성과물이다. 천연 조미 소재 브랜드인 세이버리치는 발효분해소재, 복합조미소재, 천연지미소재, 가공향 등 제품의 풍미를 상승시켜 주는 원료다. 우리가 익히 알만한 라면, 육가공, 음료, 제과, 유가공 제품 상당수는 샘표의 조미 소재가 들어가 맛을 불어넣은 것이다. 샘표의 조미 소재는 MSG를 대체할 수 있는 순식물성이라는 점에서 건강한 식품을 만들고자 하는 식품제조업체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줘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 소재 전문브랜드인 펩리치는 식품, 건강기능식품, 스포츠음료, 다이어트식품, 미용식품 등 건강 및 미용과 관련된 제품에 사용된다. 현재는 글루타민 함량이 높고 운동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밀 펩타이드’, ‘마린 콜라겐 펩타이드’ 등의 제품이 개발된 상태다.

해외시장 공략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샘표는 신소재 사업을 통해 2009년 필리핀과 연간 15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이뤘고, 일본에도 연간 20톤 규모의 기능성 소재를 수출하고 있다. 또 현재 미국 및 멕시코 등과 약 200만 달러의 계약이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신소재 매출액 규모도 2007년 10억원, 2009년 60억원, 2011년 100억원, 2013년 130억원, 2014년 200억원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샘표는 향후 5~10년 내에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샘표는 현재 소재의 원료를 채소, 곡물 뿐 아니라 수산까지 넓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최 팀장은 “조선간장을 기반으로 만든 조미소재는 샘표의 제품에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한국적인 맛의 정체성을 부여해줬다”며 “향후 다양한 소재를 개발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재료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라고 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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