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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극단적 선택…가족 돌봄자들이 위험하다
뉴스종합| 2015-02-09 11:18
가족 돌보느라 자기는 뒷전
일부는 생활고에 우울증까지…연금 통한 실질적 지원 시급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A(70) 씨에게 비극이 닥친 것은 지난 2013년,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부터다. A 씨는 아내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뒤 약 1년간 극진히 간호했다. 그러던 A 씨는 지난달 19일 돌연 아내를 요양병원에서 퇴원시켜 집으로 옮겼다. 자식들의 만류도 소용없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 A 씨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 자신도 제초제와 살충제를 마시고 자살을 기도했지만 목숨은 건졌다. A 씨는 결국 살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A 씨의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4일에는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 주차장에서 B(28ㆍ여) 씨가 차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십여년간 지적장애 1급인 언니를 돌봐온 B 씨는 유서에서 “할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며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달라”고 말했다.

9일 서울의 한 치매지원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센터에 방문하는 치매 환자 보호자의 3분의 2 가량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고 모든 관심이 환자에 쏠려 있다”면서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세 번에 걸쳐 자살을 시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최인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지난달에 발표한 ‘노년기 가족돌봄의 위기와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한 돌봄 부담은 환자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전체 노인 학대 3424건 중 85%가 가정 내에서 벌어졌다. 학대가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살해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한 여러가지 제도를 마련한 상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일부 제도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최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돌봄수당이나 연금제도 등을 통해 가족돌봄자를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가족돌봄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체계를 개발하는 방식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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