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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 백종원과 초아의 결정적 차이는 소통력
엔터테인먼트| 2015-03-01 16:42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6인의 스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1인 방송 프로그램이다. 요듬 트렌드를 잘 따라가면서 시청률로 순위를 매기며 승부를 겨루게 해 긴장감까지 제공한다.

여기서 1부 우승자는 AOA 초아였다. 초아는 콘텐츠는 빈약해도 젊은 걸그룹이라는 건강성과 보컬 담당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사뿐사뿐‘하면서 고양이 춤 한번만 추며 남성 방문자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기자는 이 프로그램에 MBC ‘뉴스투데이 1분 튼튼건강’에 출연해 남성 직장인의 출근을 서두르게 만든 명풍 몸매 요가 강사 박초롱을 추천하고 싶었다.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으로 단련된 바디라인에 건강 스트레팅법과 팁을 주는 것만으로도 시청률은 상위권일 확률이 높아보인다.

1부 꼴찌 김영철은 가득이나 불리한데, 여기서 영어 숙어를 강의하는 ‘뻘짓‘을 하고 있었다. 물론 하춘화와 김희애 성대모사만으로 시간을 메꿀 수가 없기 때문에 ‘영어’라는 콘텐츠를 들고나왔지만, 영어 강습을 하는 순간 지루해졌다.

대중의 선호도가 갈릴 수 밖에 없는 발라드를 주야장천 부르고 있는 정준일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였다.

28일 방송된 2부의 우승자가 된 요리 개발 연구가 백종원은 요즘 쿡방이 대세라는 유리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만이 1등 한 비결은 아니다. 예능초보에 불과한 중년의 아저씨가 인기절정인 걸그룹 멤버를 누를 수 있었던 비결은 소통력의 차이다.

백종원은 요리 하는 내내 틈만 나면 모니터에 올라오는 글들에 대해서 반응했다. “노래를 불러달라”는 요구에는 “나는 노래 부르는 사람 아니다. 노래 안한다”고 딱 잘라 말했고, 요리 메뉴도 인테넷에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는 네티즌의 요구를 수용한 닭볶음탕, 계란말이, 간짜장 등이었다.

백종원은 소통을 잘 하기 때문에 수수하고 서민적이지만 촌스럽지는 않다. 수수하고 구수한 트렌디함을 가지고 부담없이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백종원은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함이 느껴진다.

계란말이 요리가 잘못되자 변명하는 모습은 오히려 솔직하게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요리에 대한 노하우와 팁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주는 건 네티즌에게도 ‘꿀정보’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 우승 부상으로 받은 1분 간의 자기 PR시간에 “와이프 좀 이쁘해 주세요. 알고 보면 착한 사람입니다”라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아내 소유진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백종원이 마요네즈와 설탕을 듬뿍 사용하는 그의 요리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네티즌과 소통하는 모습, 중년 아지씨가 “고급져”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모습 등은 과거 사람이 아닌 현재 사람으로 보이게 해준다.

반면, AOA 초아는 소통을 하지 않는 방송이었다. 자신이 준비해온 것들을 계속 늘어놓는 방식이었다. 보여주고 들려주면서, 사이사이 계속 올라오는 채팅창 반응과 의견을 체크해야 하는 데 초아에게는 ‘멀티테스킹‘ 기능이 없었다.

초아가 자신의 고양이 눈 화장 비법을 공개할 때도, 채팅창에서 “방송을 보고있는 사람이 거의 남자”라는 점을 확인했으면, 현장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초아는 네티즌의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고 10분 이상 자신의 눈 화장하는 데에 시간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원치 않았던 불통왕에 등극한 것이다.

콘텐츠를 미리 준비해오는 ‘성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보는 사람과 소통을 하기 위한 콘텐츠라면 현장 분위기에 따라 과감히 수정하고, 교류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

인터넷 생방송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소통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동네 아저씨 같이 구수한 백종원이 예능초보지만, 이 점에선 한발 앞서있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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