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현장에서-유재훈]‘票퓰리즘’ 국회
뉴스종합| 2015-03-04 11:01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3일. 본회의에서 70여개의 법안이 처리되고 있는 순간에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김영란 법’을 둘러싼 격론이 오가고 있었다. 김영란법의 위헌소지와 적용대상의 문제점, 모호한 해석범위 등의 설전 끝에 결국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리고 그 것으로 끝이었다. 찬성 226, 반대 4, 기권 17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정부패 근절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를 지켜본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다”는 반응이 오갔다.

현장에서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김영란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민심이 두려워서라도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여야 협의과정 내내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대로는 안된다”고 말한 국회의원들이 많았던 만큼, 만만치 않은 반대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위헌 소지가 있지만 여론에 밀렸다”던 여당 대표도 “과잉입법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던 야당 원내대표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 법을 처리하는 과정에 반성문을 쓰겠다”던 한 법사위원도 찬성버튼을 누르긴 마찬가지였다.

한술 더 떠 당초 정무위를 통과한 ‘김영란법’ 원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전의를 다지던 야당에서는 단 한표의 반대도 나오지 않았다.

표결 직후 현장 기자들과 얼굴을 맞댄 의원들은 찬성표에 대한 고해성사를 하기에 바빴다.

대부분 익명 처리된 멘트들의 요지는 “다음 총선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심과 어긋나는 표결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들이 오갔다.

이는 반대 의원으로 이름이 오르는 것이 재선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부담감을 떨칠 수 없었다는 뒤늦은 고백인 것이다.

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국회 모습은 또 있었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 파문 이후 여당내 특위가 구성되고, 당정협의까지 이뤄지며 발의된 ‘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법’은 표결에서 좌절됐다.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어린이집 원장들로 이뤄진 이익단체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한 것이라는 씁쓸한 분석이다. 

igiza77@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