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기준금리 1%,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국부유출은?
뉴스종합| 2015-03-12 10:53
[헤럴드경제] 한국 금융시장이 미답의 길을 걷는다.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의 가장 큰 배경은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미약한 경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단행한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자 시장이 예상치 못했던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앞서 금리를 더 내리면 이미 1천1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이다.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쳐 3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사상 첫 마이너스(-0.06%) 물가였다. 물가 하락이 다시 경제활동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뜻하는 디플레는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이다. 일본이 1990년대부터 장기 불황을 겪으며 겪었던 게 바로 디플레다.

이러한 금리인하는 한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줄줄이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디플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통화완화에 나선 상태다.

올해 들어 유럽중앙은행(ECB)가 양적완화 결정을 전후로 중국, 인도,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호주 등 18개국이 정책금리를 낮췄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자극해 부진한 경기를 반전시킬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은 구조적 요인 때문이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전방위로 경기 부양에 나선다는 방향성 측면에서 금리 인하는 긍정적이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은 경기 심리가 상당히 위축돼 있어 인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가계부채 급증이 꼽힌다. 당장 지난해 단행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층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부채의 덫’에 빠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더욱 제한될 수 있으며, 풀린 돈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몰려 전세가격을 올리고 집값에 거품이 끼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려 자본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8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그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근거가 됐던 ‘인내심(patient)’이라는성명서 문구가 삭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장 6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풀렸던 유동성이 미국으로 환류하기 시작하면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 충격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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