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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출신들, 한국에 없는 '과학' 콘텐츠 직접 만든다
뉴스| 2015-03-18 09:57
[헤럴드 분당판교=오은지 기자]과학책은 많은데 깊이 있는 과학책은 없다. 학습용 만화책은 많은데 과학을 심도있게 다룬 만화책은 없다.

KAIST 출신 박성진 카이스토리 대표는 3년전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과학에 관한 학습책은 서점에 많은데 막상 겉핥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인들이나 아동·청소년이 좀 더 과학을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KAIST 동문들과 모여 논의한 끝에 콘텐츠 개발을 위한 소셜 펀딩에 착수했다. 90여명이 투자를 했다. 돈만 거둔 건 아니다. 갖고 있는 지식과 재능도 모았다.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소재로 한 만화 '별의 노래'가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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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토리가 제작한 '별의노래'에 등장하는 캐릭터 '반디'



박성진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만화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금시조'라는 필명으로 '절대무적(2006)', '광마(2007)' 등 무협소설을 수십권 내 매니아층도 생겼다. 경영을 소재로 다룬 웹툰 'TLT'를 네이버에 연재해 스토리작가로서도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게 하고 싶었다. 기초과학을 연구하고 기여하는 게 KAIST 출신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했다. 과학기술계 현실을 그대로 전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하는 것, 깊이있는 과학 콘텐츠를 만드는 게 가능하겠다고 봤다. 카이스토리를 설립한 배경이다.

◇깊이 있는 쌍방향 콘텐츠 개발 목표
카이스토리가 기획한 콘텐츠는 과학기술 관련 내용, 첨단 산업계 종사자들의 삶, 인생을 바꾼 순간 등이다. 과학기술과 관련해 가장 많은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게 KAIST와 연관 연구소, 산업계라고 봤다. KAIST, 대덕연구단지, 판교테크노밸리, 구로디지털밸리(G밸리) 등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첨단 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 첫번째 과제다. 기업 등에 흩어진 동문들의 이야기를 모아 'KAIST 100인을 만나다'라는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무슨 직업이 있는지, 그 직업이 하는 일이 뭔지 제대로 몰라 꿈을 키우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두번째는 KAIST 동문 네트워크 구축이다. 한데 모아 새로운 융합 기술이나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한데 졸업 후에는 각기 움직이고 있다는 아쉬움이 컸다. 일단 동문 네트워크 안에서 융합사업을 모색하고 성과를 봐서 문호를 점점 넓힐 계획이다.

기업·연구소와 만화가들을 매칭해주는 역할도 한다. 박 대표는 "회사 홍보대사로 만화가를 활용하거나 캐릭터 개발 등에서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 제작을 위해서는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창작스토리작가협회, 대전만화연합과 제휴했다. 큰 주제와 흐름을 카이스토리가 개발하고 제휴 관계자들이 각 회당 콘텐츠를 제작하고 캐릭터를 개발하는 식이다. 사무실도 대전·분당·구로 세군데에 뒀다. 그는 "카이스토리가 펴낸 만화책·전자책은 독자들이 참여해 보충 자료를 집어 넣고 내용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제작툴도 지원하는 게 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카이스토리 콘텐츠는 박 대표가 운영하는 배급사 스토리툰을 통해 배포될 예정이다. 소셜펀딩으로 출발한 기획이니만큼 수익금은 동문 장학금과 과학 발전에 쓸 계획이다.

◇콘텐츠 기반 SNS, '스토리허브'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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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철 플레우드 대표(왼쪽부터), 박성진 카이스토리 대표, 박상호 비에네스소프트 대표, 김재훈 비에네스소프트 전무가 '스토리허브' 설립 논의를 하고 있다.



과학 콘텐츠를 수집·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가들과 독자들이 함께 교류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대학 후배인 박상호 대표가 운영하는 비에네스소프트와 합작사 스토리허브를 설립했다. 콘텐츠 공유 플랫폼 전문가 함승철 플레우드 대표도 파트너로 영입했다.

박성진 대표는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적용한 개방형 콘텐츠 플랫폼을 고민하고 있다"며 "오는 6월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가들의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한편 콘텐츠를 공유해 또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다.


on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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