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역사의 민낯]경연서 종교 토론…현종, 불교 선종엔 우호적
라이프| 2015-03-18 11:06
오늘날 정치 지도자는 어떤 공부를 주로 할까?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들은 경연(經筵)이라는 자리를 통해 경전이나 역사서를 놓고 강독하며 마음을 논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때에 따라 유학이 아닌 종교에 대한 비판이 오가기도 했다. 1669년(현종 10) 1월 10일, 현종이 신하들과 불가의 참선을 놓고 토론을 하였다.



현종:불가에서 말하는 집중하지 못하고 생각이 흐른다는 뜻의 ‘유주상(流注想)’이란 《대학》에서 말한 “마음이 거기에 있지 않다.[心不在焉]”라는 것인가?

송시열:옛사람이 말하기를 “잠깐 사이에 만 리 밖으로 달아난다.”라고 한 말이 바로 ‘유주상’을 가리킨 것입니다.

현종:유가에서는 모든 일에 대응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기 때문에 어렵고, 불가에서는 모든 일을 끊어 버리고 마음을 다스리기 때문에 쉬운 것이다.(중략)

현종:참선이란 어떤 것인가?

송시열:선(禪)이란 말라죽은 나무나 식은 재와 같은 마음을 가리킵니다.

허적:불가에는 선종과 교종이 있는데, 선(禪)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고, 교(敎)는 도를 행하는 것입니다.

송시열:불가에서는 선은 부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의 교화라고 하였습니다.

현종:선은 단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므로 그 피해가 적지만, 교는 그 도를 펴서 세상을 속이는 것이므로 그 피해가 크다.



현종은 불교 가운데 선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자리에서 송시열과 허적은 천당과 지옥의 설에 대해 논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는 방편으로 천국과 지옥을 말한 것이라 말한다. 수백 년 전 종교 토론 현장을 《승정원일기》 기록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 (선임연구원 하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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