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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행정에 기사도·승객도 모두 불편호소
뉴스종합| 2015-03-30 11:16
#. 자정이 지난 시간, 주말에 찾은 서울 강남역의 한 의류매장 앞 횡단보도는 그야말로 택시로 ‘점령’ 됐다. 경기택시 기사들은 택시를 정차시킨 뒤 삼삼오오 모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영도 간다”, “수원까지 간다”고 외쳤고, 일부 기사들은 아예 빈차등에 ‘용인 수지 간다’는 문구를 표시하기도 했다.

택시에 타려는 승객들도 승차 전 차량 번호판을 보곤 ‘서울 택시’인지 ‘경기 택시’인지 확인했다.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조수석 창문을 통해 택시 기사와 얘기를 나눈 뒤, 택시에 올라탈 수 있었다.

지난 1월 29일 시행된 승차거부 택시 ‘삼진아웃제’가 도입된지 두 달이 지났다. 제도 시행 이후 승차거부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예약등을 켜놓고 장거리 승객만 골라 받는 ‘편법’ 운행 등이 생겨나며 시민들의 불편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사납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택시 기사들의 불만도 적잖다.

승차거부 택시‘ 삼진아웃’ 도입 두달이 지났지만, 예약등을 켜놓고 장거리 승객만 골라 받는‘ 편법’ 운행 등이 생겨나며 시민들의 불편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사납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택시 기사들의 불만도 적잖다. 30일 오전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승차거부 삼진아웃제도 시행 이후 신고ㆍ단속 건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1월과 2월 각각 729건, 592건이던 택시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올해 같은 기간 600건, 539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단속 건수도 2014년 1월 154건, 2월 168건이었지만, 올해 1월에는 117건, 2월에는 42건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럼에도 승객들의 불편, 불만은 여전하다. 이날 강남역에서 만난 회사원 장모(32) 씨는 “얼마 전 강남에서 1시간동안 택시를 잡다가 결국 실패해 인근 모텔에서 잔 적이 있었다”면서 “경찰이 새벽께 승차거부 단속까지 하고 있었지만, 택시 기사들이 경찰을 보면 잠시 다른 곳에 가 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예 택시를 정차한 뒤 모여있다가 승객이 목적지를 밝히면 “거긴 운행 안 한다”며 퇴짜를 놓는 경우도 빈번했다.

강남역에서 만난 또 다른 여성 승객은 “서울역에서 용산역까지 간다고 하니, 서울 택시인데도 ‘멀리 가는 차량’이라며 승차거부를 했다”면서 “다른 택시에 승차 후 이 이야기를 하자 ‘아가씨 같은 사람들 때문에 택시운전자들이 더 그러는 것’이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예약등을 켜놓고 다니다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목적지를 물어본 뒤,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얌체족’도 생겼다. 일반적인 콜택시와 달리 이런 택시는 주로 도로변을 서행하다 승객을 발견하면 잠시 차를 멈춰세우곤 목적지를 묻는 식이다.

그러나 택시 기사들은 승객들의 이러한 불만에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영업시간에 제한이 없는 개인택시와 달리, 하루 2교대로 근무하는 법인택시는 매일 12시간 택시 대여비로 13만~14만원의 사납금을 내야 한다.

박혜림·장필수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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