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에서 무악재로 넘어가는 길목의 옹벽에서 촬영한 영춘화. 정진영/123@heraldcorp.com |
며칠 전 기자에게 한 친구가 길에서 찍은 꽃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최근 들어 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 친구는 밝은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활처럼 휜 긴 가지에 줄줄이 매달린 노란 꽃.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개나리로 알고 지나쳤을 이 꽃이 개나리와 다르다는 것을 이 친구는 알아본 것이죠. 사진 속에 담긴 꽃은 영춘화(迎春花)였습니다.
대전 동구 홍도동의 한 골목에서 촬영한 개나리. 정진영/123@heraldcorp.com |
영춘화는 이름 그대로 ‘봄을 맞이하는 꽃’입니다. 개나리는 물론 매화보다도 더 빨리 꽃을 피우다보니 이런 이름을 얻었죠. 이 때문에 일본에선 영춘화를 황매(黃梅)라고도 부른다는군요. 출처를 알 순 없지만, 옛사람들은 영춘화가 모든 꽃들을 불러 모은다며 “영춘일화인래백화개(迎春一花引來百花開)”라고 일컬었다고 합니다. 과거시험 장원급제자의 머리에 씌워주던 어사화로도 영춘화가 쓰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영춘화와 개나리는 개화시기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다릅니다. 먼저 영춘화의 꽃잎은 5~6장이지만, 개나리의 꽃잎은 4장입니다. 또한 영춘화는 개나리와는 달리 개화하며 꽃잎을 활짝 열지요. 그러나 개화기간이 개나리와 겹치고 또 개나리가 주변에 훨씬 흔하다보니 영춘화를 제대로 알아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매년 영춘화를 마주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아 사진으로 담지 못했던 기자는 친구에게 꽃의 소재를 물었습니다. 친구가 만난 영춘화는 독립문에서 무악재로 넘어가는 길목의 양지바른 옹벽에 터를 잡고 있더군요. 기자는 원 없이 렌즈에 영춘화를 담으며 봄을 즐겼습니다. 좋은 사람과 서로 꽃을 나누는 일은 즐겁습니다. 여러분도 가까운 곳에서 개나리를 봤다면 다시 한 번 꽃을 살펴보시죠. 어쩌면 영춘화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을 걸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직도 개나리로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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