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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이민화]국가혁신전략, 불패에서 필승으로
뉴스종합| 2015-04-08 11:02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대한민국이 극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성장 잠재력은 3%대로 추락하고 일자리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양극화 확대로 사회 갈등비용은 급증했다. 국가 경영철학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실패하지 않고자 하는 사람과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불패(不敗)의 가치관과 필승(必勝)의 가치관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두가지 가치관의 혼돈이 지금 우리 사회 정체성 부재의 본질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반세기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400배 이상의 국민소득 증가라는 기록을 세우며 세계에서 7번째로 ‘3만불대 소득을 갖는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라는 30-50 클럽 진입을 앞뒀다. 지금까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라는 6개국 만이 30-50 클럽에 가입했다.

한국의 성공비결은 한 마디로 ‘피나는 경쟁’으로 요약된다. 초등학교부터 과외라는 엄청난 경쟁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개방-협력’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경쟁은 중ㆍ고교를 거쳐 대학, 직장까지 이어진다. 경쟁 탈락은 인생의 낙오를 의미한다. 개인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불행한 국민이 되고 갈등은 급증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노동강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경제비중은 1.9%에서 지속적으로 축소돼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바로 불패의 효율경쟁이 낳은 결과다.

후진국 탈피전략과 선도국 진입전략은 완전히 다르다. 불패의 효율이 후진국 탈피전략이라면 필승의 혁신이 선도국 진입전략이다. 빠른 추격자전략의 모범국가인 한국에서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 이미 달성한 확실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불성실하거나 무능력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사업 실패자는 신용불량자란 주홍글씨가 새겨져 사회에서 축출된다. 치열한 경쟁의 효율에서 협력성과 창조성은 위축되고 혁신에서 뒤쳐졌다.

남들을 추격하는 벤치마킹의 효율만으로 선도국가 부상은 불가능하다는 게 역사적으로 입증됐다. 예선통과 전략인 효율과 본선 입상전략인 혁신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효율이 불패의 경쟁전략이라면 혁신은 필승의 협력전략이다. 선도국가 진입의 본선에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산업영역을 개척하는 혁신이라는 새로운 룰이 적용된다.

그런데 혁신의 또다른 얼굴은 협력과 실패다. 새로운 혁신에 홀로 도전해 항상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변과 협력하며 수많은 실패를 통해 얻어지는 게 혁신의 본질이다. 혁신의 안전망 구축이 선진국의 핵심 국가인프라인 이유다.

효율이 실패를 줄이자는 확률전략이라면 혁신은 성공의 기대값을 높이자는 ‘기대값전략’이다. 불패의 확률전략에서는 개별 실패를 없애기 위한 사전규제가 중요했다면 필승의 기대값전략에서는 대박 성공을 만들기 위한 사후평가가 중요하다.

작은 차이같이 보이나 이는 본질적인 차이다. 실패를 없애기 위한 기업내 사전품의제도는 기업의 혁신을 저해한다. 비리를 막기 위한 각종 감사제도는 사회의 혁신을 저해한다. 실패를 방지해 얻는 효과보다 혁신의 기회를 상실하는 기회비용이 월씬 크다. 신뢰가 사회적 자산이다.

혁신의 리더십인 필승의 기업가정신은 실패에 대한 지원을 통해 발현된다. 제도의 효율보다 개인의 자율이 우선이 돼야 사회의 창조성이 발현된다. 개인을 신뢰하고 사전적 규제는 줄이되 도덕적 해이는 사후에 강력히 징벌하자. 도전적 실패를 학습해 성공으로 가자. 개별 과제평가가 아니라 전체를 보는 기대값 평가를 하자. 창조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필승의 기업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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