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15. 아끼고 아끼다가 후회로 남은 흔한 말 “사랑해요”
엔터테인먼트| 2015-04-27 20:39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전화가 왔다 엄마로부터 같이 병원 가자고 오~/자취 3년째 참 오랜만에 엄마랑 걸어본다/엄마의 손길 따뜻했다/엄마의 음성 다정했다/엄마의 사랑 변함없다/세상에서 제일 좋은 울 엄마”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오래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이는 약 2000여 년 전 중국 한(漢) 대에 저술된 ‘한시외전(韓詩外傳)’이 남긴 유명한 고사성어이죠.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불효를 뉘우쳐봐야 소용없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은 평소엔 아무리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미처 몰랐어 미처 몰랐어 엄마는 아팠어 우~/정말 몰랐어 정말 몰랐어/이것이 엄마와 마지막 데이트일 줄”

애석하게도 이 고사성어의 무게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왜 살아 계실 때……”라는 후회와 함께 비로소 느껴집니다. 8년 전 어머니를 갑작스런 사고로 떠나보낸 기자도 그랬죠. 가끔 고향 집으로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 마주 앉았던 식탁을 바라볼 때면 지난 시간이 마치 꿈인 것 같습니다.

“병원을 나와 집을 향하다 배가 너무 고파서 어~/내키지 않던 초라한 식당 순두부찌개를 시켰다~/엄마가 싱겁게 해달란다 엄마가 맵지 않게 부탁한다 오~/엄마의 순두부 맛없었다/몇 숟가락 뜨다 놨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길은 기자에게 여전히 생생합니다. 어머니의 손은 크기가 작았고, 손가락 마디가 통통했습니다. 당시 오랜만에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 온 기자는 거실 소파에 앉아 어머니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시 기자가 어머니와 나눈 이야기에 대한 기억은 매우 단편적이어서 흐릿합니다. 하지만 기자의 손을 살며시 감싸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은 몸이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상에 치여 잊고 지내다가도 불쑥 그리움이 고개를 쳐들면 어머니의 손길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쉽게 무뎌지지 않는 그리움은 가슴 한구석에 후회로 남아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모곡(思母曲)을 노래합니다.

“미처 몰랐어 미처 몰랐어 엄마는 아팠어 우~/정말 몰랐어 정말 몰랐어/이것이 엄마와 마지막 만찬일줄”

‘좋아좋아’ ‘인형의 꿈’으로 유명한 일기예보 출신 싱어송라이터 나들이 사모곡 ‘마지막 만찬’을 발표했습니다. 나들의 오래 전 이야기를 담은 이 사모곡은 경쾌한 연주와 멜로디를 가지고 있죠. 혹자는 태진아의 ‘사모곡’처럼 3년상을 치르듯 절절한 노래가 사모곡답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매일매일 슬픔에 젖어 세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삶이 현실성이 있나요? 있을 때 잘했어야죠. 그리고 산사람은 살아야죠. 그리움은 강요할 수 없지만 잊을 수도 없습니다. ‘마지막 만찬’의 경쾌한 연주와 멜로디가 외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어느새 내 나이 사십대다/기억속 엄마와 같아졌다/당신은 너무나 젊었었다/사랑한다는 말 그 말 한마디를 못했다/너무도 흔한 그 말”

가끔 기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기자와 같은 나이였을 때 무슨 일을 하고 계셨는지 돌이켜보곤 합니다. 어머니께서 지금 기자와 같은 나이였을 때 기자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군요. 당시 기자는 지지리도 말을 듣지 않는 녀석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말썽꾸러기를 어떻게 감당하셨던 걸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때 어머니는 참 젊었었는데……. 이제서야 어머니가 기자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런데 기자는 그런 어머니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너무나도 아끼고 아끼다 끝내 제대로 전하지 못했군요.

“더러러 더러러 더 자주 걸어볼 걸/더 오래 함께 손잡을 걸 오/더러러 더러러 더 많이 얘기할 걸/후회해도 소용없어”

“미처 몰랐어 미처 몰랐어 엄마는 아팠어 우~/정말 몰랐어 정말 몰랐어/이것이 엄마와 마지막 데이트일줄”

“엄마의 손길 따뜻했다 엄마의 음성 다정했다 다정해/엄마의 사랑 변함없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울 엄마”

“미처 몰랐어 미처 몰랐어 엄마는 아팠어 우~/정말 몰랐어 정말 몰랐어/이것이 엄마와 마지막 데이트야~ 오~”

8년 전 어머니와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던 그날이 마지막일 줄, 그 따뜻한 손길이 어머니의 마지막 손길일 줄 누가 알았을까요. 최근 기자는 조부모님 산소의 떼를 새로 입히기 위해 선산을 찾았습니다. 일을 마친 뒤 들른 어머니의 산소 위엔 하얀 봄맞이꽃들이 말없이 피어있었습니다. 바람에 실린 꽃향기처럼 붙잡을 수 없어 덧없는 후회만이 양볼을 타고 흐르더군요.

“정말 몰랐어 정말 몰랐었어 엄마는 아팠어 우~/미처 몰랐어 미처 몰랐었어/이것이 엄마와 마지막 데이트/이것이 엄마와 마지막 만찬일줄/이것이 엄마와 마지막 데이트 마지막 만찬일 줄”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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