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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읽어주는 기자] ‘메시 후계자’ 이승우, 대표팀 안방마님 되려면…
엔터테인먼트| 2015-05-07 07:39
-1997년 붉은악마 출범 당시 멤버였던 김수한 기자의 축구 이야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차세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망주 이승우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세 이하(U-18) 대표팀에 발탁돼 최근 열린 수원JS컵에 참가했다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교체되면서 오히려 감정적으로 격앙된 모습을 보여 주위의 우려를 샀다.

문제는 만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만 18세팀에 발탁된 점, 1년 출장정지 징계로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다는 점, 감독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차세대 국가대표 유망주 이승우가 살아나려면 과연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게 뭘까.

이승우에 대한 설명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팀 스페인리그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에서 줄곧 뛰어난 활약을 보여 현재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거론되는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27세, 아르헨티나) 뒤를 이을 선수로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의 별칭도 ‘한국의 메시’다.

이승우도 제2의 리오넬 메시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최근 수원JS컵 참가차 내한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메시처럼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발롱도르는 매년 단 한 명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이 상 수상자에게는 전 세계 축구인 중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의미가 부여된다. 한국인으로서는 그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세계 최고의 레벨을 이승우가 정조준하고 있다는 얘기다.

리오넬 메시.

최근 발롱도르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두 선수 리오넬 메시(스페인리그 FC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스페인리그 레알 마드리드)가 경쟁하듯 번갈아가며 차지했다. 2008년 호날두, 2009~2012년 메시, 2013~2014년 호날두 등 두 명이 박빙의 용호상박을 벌인 것이다.

차기 축구대통령감인 이승우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당장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리그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시탐탐 이승우 영입 기회를 넘보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팀 다수도 이승우를 체크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그런 그가 왜 지금 그답지 않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첫째로, 이승우는 만 17세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만18세가 주축인 팀에 일찍 발탁됐다. 그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한창 성장하고 있는 고교급 선수들 사이에서 1년 차는 생각보다 크다는 게 축구인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1년 선배인 선수들과 한 경기에서 뛰려면 축구 실력 외에도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다. 청소년기를 스페인에서 보내 국내 선수들과의 유대관계가 끈끈하지 못하다는 것도 선수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어린 시절을 함께 뛴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둘째로, FC바르셀로나 소속 이승우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19조(18세 미만 선수의 해외이적 금지) 위반으로 만 18세가 되는 2016년 1월 6일까지 1년간 FIFA가 주관하는 각종 대회에 출전 못한다. 이승우 본인보다는 FC바르셀로나의 착오로 이런 상황에 처했지만 선수가 1년간 경기를 못 뛴다는 것은 선수로서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FIFA는 지난 10월 이런 중징계를 내린 이유에 대해 “(유럽 클럽은) 18세 이하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경우 부모들과 현지에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규정(9조)을 들었다. 미성년자들이기 때문에 탈선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 FIFA의 주장이다. FC바르셀로나 구단은 “어린 선수들은 구단 측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머물고 있으며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 생활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징계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승우.

이승우가 이번에 구단으로부터 수원 JS컵 출전을 허락받은 것도 떨어진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이승우는 이번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떨치지 못했다.

안익수 U-18 대표팀 감독과의 관계도 매끄럽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 도중 교체된 이승우는 다분히 불만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제스처를 취해 논란을 샀다. 11명이 한 팀이 되어 치르는 경기에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에 녹아들지 못하면 자기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 시점에서 이승우에게 지적된 문제점인 나이, 실전 감각, 팀워크 정신 모두 이승우가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벽이다.

그 중에서도 나이나 실전 감각 면에서 이승우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두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다.

야구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걱정이 삼성라이온스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삼성라이온스가 최근 4회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만큼 잠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알아서 문제를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축구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걱정은 이승우의 실전 감각 걱정 아닐까.

그러나 이승우의 대표팀 팀워크 문제는 중요한 문제다. 해외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문화적 격차가 클 수 있고 이는 경기 전반에 그대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좀처럼 만나기 힘든 축구 천재를 우리는 다시 아깝게 잃을 수 있다. 한때 혜성같이 등장했지만 별 족적없이 사라진 축구천재는 부지기수다.

이번 기회의 부진을 바탕으로 이승우와 대표팀 모두 팀워크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대표팀은 이승우가 꼭 필요하다면 그의 재능을 활용하기 위해 몸을 낮춰야 한다. 국가대표팀의 명예와 영광을 강조하며 무조건 선수가 팀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태도는 오늘날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적 선수에게 실질적인 연봉을 지급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소속 프로축구팀이다. 이승우 역시 세계적 팀에서 뛴다는 자신감을 낮춰 팀워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메시는 소속팀 FC바르셀로나에서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서 각종 대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공격수로서는 자기 이름에 걸맞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메시 후계자’ 이승우가 메시의 이런 전철을 따르지 않도록 하려면 선수와 대표팀 양쪽 모두 낮은 자세에서 상당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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