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박해묵의 印像] 스크린의 다중인격자 전도연
엔터테인먼트| 2015-05-22 09:05
[헤럴드경제=박해묵 기자]영화배우 전도연이 칸 영화제 출국을 앞두고 개봉을 앞 둔 영화홍보를 위해 언론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남자 주연배우인 김남길의 에스코트를 받아 무대위에 오르는 그녀를 보니 자그마한 체구에 왠지 친숙한 이미지였습니다. 드라마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다 보니 그녀도 저를 알 것만 같은 말 같지도 않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어쨌든 낯익은(?) 그녀가 간담회에 등장했습니다. 

‘좋은 배우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전도연은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배우가 훌륭한 배우’라고 서슴없이 말하더군요. ‘그렇게 간단명료한가’ 싶다가도, 24년 연기 생활을 하며 그녀가 절실하게 느낀 것이리라생각하니 공감이 갑니다. 자신만 자신의 역할에 빠져들어 호흡을 맞추는 상대 배우와의 밸런스를 잃는다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기는 어렵겠죠. 상대를 편하게 해줄때 상대 배우 역시 최고의 연기를 풀어낼 수 있을테니까요. 연기라는 것에 대해 궁극의 경지에 도달한 배우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대답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접속’ ‘약속’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풍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너는 내 운명’ ‘밀양’ ‘하녀’ ‘집으로 가는 길’, 최신작 ‘무뢰한’ 까지 기자가 본 전도연이 출연작들입니다.

그녀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자신의 배역에 완전히 몰입해 뿜어내는 ‘진짜 연기’는 관객이나 시청자로 하여금 옴짝달짝 못하고 빠져들게 만듭니다. 주관적인 판단일지 몰라도 전도연은 그런 능력을 지닌 몇 안되는 배우 중에 한명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연기한 인물들의 수가 출연한 작품 수에 비례하는 만큼 그녀 안에는 많은 인물들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프랑스 칸에서도 인정받은 연기력이니 두 말 할 필요도 없겠죠?

‘내 마음의 풍금’에서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풋풋한 시골소녀 역, ‘해피 엔드’에서 대담한 노출을 선보였음에도 노출보다 신들린듯한 연기로 더 찬사를 받았던 유부녀역,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정절을 지키는 여자에서 사랑에 눈을 떠 목숨마저 버리는 여인역, ‘밀양’에서는 아들을 잃고 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마저 실패하고 신에게 증오와 분노를 보였던 젊은엄마, 그리고 최신작 ‘무뢰한’에서는 잘나가는 텐프로 호스티스에서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으로 전락했으나 살인자인 애인의 거짓말을 믿으려 하는 역까지…. 이게 어떻게 한 사람이 창조해낸 인물들일까 싶었습니다.

도대체 그녀 안에는 몇 명이나 존재하는 걸까요?

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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