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똑똑한 소비자는 은행을 갈아탄다?
뉴스종합| 2015-05-24 08:20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1. 직장인 A씨는 9월부터 주거래 은행을 바꾸면 그동안 사용하던 자동이체를 온라인 클릭 몇번에 새로운 은행으로 옮겨주는 ‘계좌이동제’가 실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은행을 옮길지 고민에 빠졌다. 기존에 거래하던 은행 창구 직원이 불친절한데다 모바일 뱅킹 앱도 사용하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오랜 고민 끝에 ‘은행 갈아타기’를 포기했다. 다른 은행에 어떤 상품이 있는지 발품을 팔아 알아보기도 귀찮고 “그 은행이 그 은행이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2. 은퇴 후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는 B씨는 계좌이동제가 시작되면 바로 은행을 바꿀 생각이다. 이 은행은 보험, 증권사와의 복합점포도 낼 생각이 없어보이고 PB들의 실력도 떨어져 보여서다. 초저금리 시대에 예ㆍ적금 만으로는 임차인들에게 받은 전세금으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으니 다양한 금융 상품을 연계해 줄 수 있는 은행을 찾을 생각이다. 인터넷 상의 각종 금융상품 비교 사이트를 섭렵하며 비교 견적을 내고 있다.

기존 은행에 머무르기로 한 A씨와 그 반대의 선택을 한 B씨의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인용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 데이터모니터의 연구결과는 ‘축적된 금융지식의 차이’라고 말한다. 

2013년 우리보다 앞서 계좌이동제를 실시한 영국의 은행 고객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은행을 갈아탄 이유는 기존 은행에 대한 불만도, 1%도 안되는 금리나 수수료 차이도 아니었다. 영국에서 2013년 실시된 은행 고객 만족도 조사와 은행 계좌 이동 실적과는 어떤 상관 관계도 찾을 수 없었고 기존 은행에서 여러 금융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라고 은행을 갈아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활발히 거래를 하며 은행과의 접촉 채널을 넓혀온 우량고객이 빠져나간 경우가 많았다. 금융거래가 활발하고 이른바 금융지식이 많은 고객일수록 일시적인 불편함이나 인센티브, 기존 거래 관계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갈아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데이터 모니터는 “개인금융에 대해 독자적으로 의사 결정 능력이 있는 고객의 경우, 금융정보의 제공과 거래의 편의성,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따라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의 경우 임대업을 하는 동안 임대수익을 관리하기 위해 여러 은행 상품을 쓰며 비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바일 뱅킹 측면에서도 드러났다. 11개국 1만6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모바일 뱅킹 애용 고객이 1년간 계좌를 이동한 비중은 21%로 비 이용 고객의 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은행을 선택할 때 고려요소도 평균 6.1개로 4개 정도의 비 이용자보다 까다로웠다. 모바일 뱅킹을 애용하는 고객들은 평균 7.2개의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등 금융 경험이 많고 온라인을 통해 많은 금융지식을 쌓고 있기 때문에 은행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실장은 “결제성 예금계좌가 개인금융의 허브 역할을 하는 만큼 은행들은 금융 상품 간 비교 정보, 고객과 유사한 집단의 금융거래 정보, 경제 정보 등 거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거래를 신속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핀테크 수단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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