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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엔저 쓰나미] 벼랑끝 몰린 한국 산업
뉴스종합| 2015-06-30 09:40
[헤럴드경제=조동석ㆍ천예선 기자]기업들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환율 문제로 아우성이다. 2012년 12월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엔화는 달러당 87엔에서 이달 첫째주 125엔을 기록했다. 2년 반 동안 이어진 ‘장기 초엔저’에 한국 기업들은 침몰 직전이다.

아울러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 한국 통화당국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5%로 낮추면서 우리의 경쟁력 제고를 노리고 있지만, 엔화와 유로화의 장기 약세에 역부족이다.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한국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공조를 통해 선진국의 경제ㆍ통화 정책이 신흥국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치고 결과적으로 세계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우리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보고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환율 민감 업종, 자동차의 경쟁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2012년 1분기 영업이익률은 4.2%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11위였다. 현대차는 10.4%로 BMW에 이어 2위였다. 올 1분기 도요타는 8.9%로 2위, 현대차는 7.6%로 4위를 기록했다. 특히 기아차는 9.2%에서 4.6%로 수직 하강했다. 엔/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79.3엔에서 119.2엔으로 급락했다.

그 결과 중형세단인 현대차 쏘나타와 도요타 캠리, 준중형인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와 코롤라는 가격역전 현상까지 일어났다. 또 일본의 닛산과 마쓰다 등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인하와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그런가 하면 글로벌 1위 판매업체 도요타는 양적성장을 멈추고 R&D 투자 등 질적성장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로 눈을 돌렸다. 엔화 약세에 따른 이익 증대와 기업체질 개선이란 선순환 구조로, 미래를 선점하겠다는 의미다. 좀처럼 가격인하를 하지 않는 일본의 소니도 중저가 휴대폰 중심으로 싱가포르에서 할인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엔저’의 위력이다. 더 큰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단가 인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저환율 정책을 고수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저환율 정책으로 원화가치가 오르면 구매력이 늘어날 것이란 판단은 들어맞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여파는 전자, 철강, 조선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분기 각각 8000억원과 6000억원 환차손을 입었다. 현지 통화가치가 급락한 브라질과 러시아에서 피해가 컸다. 철강의 경우 ‘원고 엔저’로 지난 4월 수출이 6% 감소했고, 조선은 일본에 밀려 글로벌 수주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인한 자본의 유출 요인과 일본ㆍ유로존의 양적완화에 따른 자본 유입 요인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증대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환율정책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혼합으로 적정 환율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또 기업들은 환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고, 원가절감ㆍ생산공정 혁신ㆍ기술혁신 등 체질개선을 통해 품질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scho@heraldcorp.com





엔/달러 환율 변화에 따른 영업이익률 변화

단위 : %, 엔

현대차 도요타 엔/달러 환율

2012년 4분기 8.2 2.3 81.1

2013년 1분기 8.7 8.6 92.2

2013년 2분기 10.4 10.6 98.7

2013년 3분기 9.7 9.4 98.9

2013년 4분기 9.3 9.1 100.4

2014년 1분기 9 6.6 102.8

2014년 2분기 9.2 10.8 102.1

2014년 3분기 7.7 10.1 103.8

2014년 4분기 8 10.6 114.5

2015년 1분기 7.6 8.9 119.2



자료 :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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