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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동물학대 잔혹사…“과도한 관심 욕구가 빚어낸 비인간성”
뉴스종합| 2015-07-01 10:54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반려견에게 술을 먹인 뒤 괴로워하는 모습을 찍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잔혹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도한 관심 욕구와 미흡한 법적 처벌, 왜곡된 반려견에 대한 인식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29일 한 SNS에 올라온 ‘개막걸리녀’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반려견 두 마리가 그릇에 머리를 박고 음식을 먹고 있는 사진과 함께 “먹순이랑 복돌이 일주일 굶겼더니 그릇도 먹겠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다른 한 장의 사진에는 반려견이 토하는 모습과 함께 “막걸리 마시고 비틀비틀 토하고 난리다. 먹순아 우리 술 끊자”라고 적어 놓았다.

(사진)인터넷, SNS 캡처

지난해 4월 한 SNS 올라온 3분 40초 분량 동영상에는 한 강아지가 바닥에 주저앉고 머리가 앞으로 쏠려 넘어지는 등의 행동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이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남성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3월에도 SNS에 소주 2병을 먹고 비틀거리는 반려견 동영상이 올라왔고, 2013년 9월에는 술 반병을 먹고 토하고 있는 반려견 사진도 올라왔다.

(사진)인터넷, SNS 캡처

이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누구나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인정 욕구’가 있는데 자기 자신을 공개하기는 어려우니까 소위 ‘만만한’ 반려견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관계에서 소외된 이들이 관심 욕구를 왜곡해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에서 동물학대 게시물에 호의적인 반응을 해주기 때문에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SNS에 게시물을 올린 초창기 모든 사람들이 강력 반발했으면 게시물을 방치하는 등 에스컬레이팅(escalatingㆍ상승)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좋아요’ 등 일부 추천을 받다 보니 사태를 착각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설 교수는 “반려견의 생사여탈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처벌 법규의 미흡함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보호법상 동물이 상해를 입었다는 것이 증명이 되지 않으면 처벌이 되지 않는 등 법에 구멍이 많다”고 했다.

예컨대 술을 먹이는 경우 알코올 섭취로 인해 반려견의 장기가 손상을 받았다는 수의학적 판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동물학대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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