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서상범의 아!車!] 車 광고 속 장소에도 공식이 있다
HOOC| 2015-07-07 11:19
[HOOC=서상범 기자]재규어가 오는 가을 공개할 예정인 재규어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PACE’의 티저광고가 나왔습니다. 1분가량의 짧지만 인상적인 영상에는 ‘F-PACE’의 실제모습과 함께 재규어의 전설이 되고 있는 디자이너 ‘이언 칼럼’이 등장하며 기대감을 높이는데요. 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영상 속 ‘F-PACE’이 주행하는 장소였습니다.

‘F-PACE’은 빨간색 테일램프를 휘날리며 한 대도시를 가로지르는데요. 무대의 배경이 된 곳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성지(星地) 디트로이트였습니다. 영상은 디트로이트의 밤 하늘을 ‘F-PACE’라는 글씨로 뒤덮어버리는데요. 순간이지만 이 차가 지나가는 곳 중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열리는 코보센터도 등장하죠.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촬영한 신형제네시스 광고

제가 이 장소에 주목한 것은 ‘F-PACE’의 데뷔무대가 오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무대가 펼쳐질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왜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에 재규어의 최초 SUV가 달린다는 의미를 부여하려는 걸까?”라는 나름의 해석도 해봤죠.

하지만 재규어 코리아 측은 “별다른 의미는 없는 것으로 안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디트로이트 시를 덮어버린 재규어 F-PACE 티저광고

일반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광고를 찍을 때는 엄청난 고민을 통해 장소를 선정합니다. 자신들의 차량을 가장 돋보이게 함은 물론, 소비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아닌 상징화된 장소를 통해 전달하기 때문이죠.

로케이션(LOCATION)의 앞글자를 딴 ‘로케’라고 부르는 이 장소 선정을 위한 팀만 따로 꾸릴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4륜 구동 등 특수기능을 가진 차량의 경우 사막이나 빙판이 있는 곳을 무대로 삼아, 자신들의 기술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모습을 전달합니다. 또 도시형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차량의 경우에는 대도시가 광고의 배경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항공모함에서 촬영된 BMW M4 광고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수시설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광고도 있습니다.

BMW는 지난해 고성능 모델 M4의 광고 촬영 장소를 항공모함으로 선정했는데요. 실제 바다에 띄워진 거대한 항공모함에서 드리프팅을 하는 M4의 모습은 압도적인 위용을 시청자에게 각인시켰죠.

BMW 코리아 관계자는 “BMW의 경우 광고를 제작할 때 중요시하는 것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시도와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극한의 성능을 발휘하는 M4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항공모함이 잘 어우러진다는 판단을 했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광고의 장소 자체가 성능을 대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이 대표적인 곳인데요. 녹색 지옥으로도 불리는 이 곳은 길이가 20.8㎞에 불과하지만 지구상에 위험한 모든 길을 압축해 놓아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서킷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 곳을 힘차게 달리는 차량의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차량의 성능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죠.

현대차의 경우 신형 제네시스의 광고를 이 곳에서 촬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독일의 아우토반 역시 고속성능을 대변하는 장소로 유명하죠. 포르쉐를 추월해버리는 현대차 엘란트라의 1991년 광고가 이 곳에 촬영된 것은 전설적인 이야깁니다.

이처럼 자동차 업체들이 광고 속에 등장시키는 장소는 수많은 이들의 고민은 물론, 회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도 연결이 되는 복잡한 함수와도 같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광고를 보실 때 등장하는 장소를 주의깊게 보시는 것도 재미를 위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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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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