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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 ‘처음처럼’ 손혜원, 野 최고위에 “국민이 듣고픈 말 하라” 쓴소리
뉴스종합| 2015-07-18 00:13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지난 8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회의.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 발언이 모두 끝나고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 됐습니다. 기자들이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손혜원<사진>홍보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손 위원장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며 국민이 듣고 싶지 않은 말들만 하신다”고 운을 뗐습니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셔야 하는데 본인들 하고 싶은 말씀만 하십니다. 국민 입장에서 듣고 싶은 말씀을 해주셔야합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의원과 당직자들에 따르면 “정제되지 않은 언어”라는 첫 마디 후 회의실에는 순간 정적이 돌았다고 합니다. 참석자들이 함께 박수를 치면서 정적은 깨졌지만 최고위원들은 적잖이 당황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기자에게 이 일화를 전한 관계자는 “참 아프지만 정확한 말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도 “특정한 사람의 발언을 겨냥하거나 비판한 말은 아니었다”면서도 “국민의 입장에서 좀 더 생각해야 한다는 충고였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손 위원장은 새정치연합이 대국민 이미지 개선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국내 대표 브랜드네이밍 전문가입니다. 국민 소주 ‘처음처럼’과 ‘참이슬’ , 아파트 ‘힐스테이트, 커피전문점 ‘엔젤리너스’ 등이 손 위원장이 손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이날 최고위 회의는 손 위원장이 홍보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처음 참석하는 자리였습니다. 첫 회의에서 외부 인사가 당 지도부를 향해 ‘돌직구’를 날린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손 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아유 그 말은 어디서 들었어요. 이제 기억도 안나요“라며 조심스러워했지만 이내 브랜드 전문가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제가 새정치연합 홍보위원장을 맡아서 할 일은 한가지입니다. 국민이 새정치연합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국민이 좋아하는 당이 되려면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게 우선 아닐까요? 그런 차원에서 드린 말씀이었어요.”

손 위원장의 일침은 막말과 내홍이 계속되는 새정치연합에게는 뼈아픈 지적입니다. 문재인 체제가 출범 한 지난 2월부터 5개월 간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국민들에게 서로 갈등하고 상처주는 모습을 왕왕 보여왔습니다. 면전에서 “공갈치지 말라”는 막말을 하고, 이를 이유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 ‘장외 시위’를 벌이고, 계파가 다르단 이유로 “세작”이니 “친위부대”니 등의 공격적 언행을 이어왔습니다. 같은 당 안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꼴입니다.

대여 투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손 위원장이 참석했던 8일 최고위만 봐도 “국민을 핫바지로 여기는 대통령”, “박근혜식 정치, 피라냐처럼 흉물스럽다”는 등 공격적인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청와대의 사퇴 압박으로 새누리당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하는 의총을 여는 등의 특수한 상황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듣기 좋은 말들은 아니었습니다.

정치인에게 정쟁은 불가피한 일이고 여야는 싸울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야당은 ‘반대정당(opposition party)‘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좀 더 날이 설 수 밖에 없는 애로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3자인 국민의 눈에는 싸움꾼의 모습으로만 비칠 수 있다는 것이죠.

새정치연합이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추구한다면 “국민이 좋아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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