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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아빠’ 최운정 LPGA투어 156전157기 감격의 첫 우승
엔터테인먼트| 2015-07-20 08:18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2008년부터 캐디맡은 아버지 “이제 그만해야죠”

‘첼라 최’ 최운정(25ㆍ볼빅)이 그렇게도 멀어만 보였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09년 투어 진출 후 7년, 157번째 대회만이었다.

최운정이 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거물루키 장하나를 연장에서 누르고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볼빅]

최운정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스 골프클럽(파71ㆍ651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장하나(23ㆍ비씨카드)와 공동 선두로 연장에 돌입했다. 둘다 첫 우승을 갈망했지만, 7년무관이었던 최운정의 절박함이 더 강했다.

사실 정규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장하나가 끝낼 수도 있는 기회를 잡았으나 놓치면서 연장을 갖게 됐다. 14언더파로 장하나와 동률인 상황에서 시작한 18번 홀에서 최운정은 티샷이 왼쪽으로 밀려 위기를 맞았다. 최운정은 약 2.5m 파 퍼트였고, 장하나는 3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장하나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연장으로 향했고, 연장에서는 장하나가 83야드 정도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넘겨 러프로 향해 승운이 최운정 쪽으로 기울었다. 파를 지킨 최운정은 보기에 그친 장하나를 따돌리고 LPGA 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009년부터 LPGA 투어에서 활약한 최운정은 지난 156개 대회에서 우승이 없다가 157번째 도전에서 드디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2억5000만원)다. 우승상금보다, 8년간 자신의 캐디이자 보호자이자 손발이 되어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는게 더 큰 소득이었다.

최운정의 첫 우승은 생각보다 늦었다. 2012, 2013년, 그리고 올초 호주여자오픈까지 3번의 준우승이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차례 상위권을 달리다가 우승권에서 멀어진 아픔을 갖고 있었다.

최운정은 “아빠에게 정말 감사하다. 내가 못해서 우승을 못하는것인데 주위에서 ‘아빠가 캐디를 하니 우승을 못한다’는 말을 들어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첫 우승이 어려웠지만 2승, 3승째는 금방 이뤄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버지 최지연씨는 “운정이는 파워, 비거리, 테크닉이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프로골퍼로서의 직업의식은 매우 강하다. 모든 걸 계획대로 움직이고, 계획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성실하고 침착한 성격이 운정이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골퍼라면 당연한 것이지만 자신의 삶에서 골프를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딸을 평했다.

아버지 최씨는 최운정이 우승을 차지하면 캐디백을 내려놓겠다고 말해왔었다. 이에 대해서 “캐디를 계속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딸이 상당히 꼼꼼한 성격이다. 다른 캐디를 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딸과 좀 더 이야기해보고 좋은 시기에 캐디를 바꿀 계획이다. 벌써 다른 외국캐디로부터 하고 싶다는 전화가 오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운정이의 골프백을 계속 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던 루키 장하나는 데뷔 첫 우승에 도전했으나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최운정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올시즌 LPGA 투어에서 11승을 합작하며 2006, 2009년에 이어 한시즌 최다승을 기록했다.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아있고, 한국선수들의 상승세가 워낙 좋아 승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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