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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의 이 장면&이 대사] “예쁘니까 괜찮다고요?”…강민경에게 주어졌던 편견
엔터테인먼트| 2015-08-03 08:18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저한텐 노래 실력을 기대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보컬그룹 다비치의 멤버로 감성을 움직이며 기존의 걸그룹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강민경에게도 그를 향한 편견이 있었다.

2008년 이해리와 함께 팀을 이뤄 혜성처럼 등장한 다비치는 시원시원한 고음의 청량한 가창력으로 7년간 대중 앞에 섰다. 발매하는 앨범마다 인기를 모았고, 음원 차트에도 꼬박꼬박 신곡을 올려놓으며 팬층을 확보한 여성 듀엣이다. 

가창력은 말할 것도 없다. 리더 이해리는 또래 걸그룹과는 달리 짙은 감성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 힘 있는 고음으로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불후의 명곡’(KBS2)에 출연한 영상은 두고 두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민경은 인형같은 외모에 노래까지 잘 하는 가수로서의 이미지에 더해 연기로 분야를 확장하고, 각종 CF에도 얼굴을 비출 만큼 ‘아이돌’로서의 인기를 지닌 멤버였다. 노래실력도 출중했으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수였다.

외모로 인해 주어지는 편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 ‘렛미인’에 등장하는 선천적 장애, 사고, 후천적 변화로 인해 달라진 외모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주어진 부당한 차별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외모만 보는 시선이다. “예쁘니까 괜찮다”는 말은 상당히 많은 의미를 안고 있다. 이 말 자체로 외모가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뛰어난 외모가 잘못과 무능을 덮어줄 수 있다는 것, 즉 세상엔 외모 가산점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 말은 “예쁘지 않으니 괜찮지 않다”는 뻔한 반댓말로도 치환할 수 있다.

강민경의 무게는 자신의 외모만 부각되는 시선에서 나왔다. 얼굴을 가리니 강민경도 비로소 가수로 노래할 수 있었다.

지난 2주간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강민경은 마실나온 솜사탕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섰다. 이미 준결승까지 진출한 솜사탕은 이날 가왕에 오른 고추아가씨를 상대로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통해 감정을 토해냈다. 아쉽게 탈락하며 가면을 벗자, 강민경의 모습에 객석은 물론 연예인 판정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전주 방송 이후 네티즌은 ‘솜사탕’의 정체를 강민경이라고 추리했으나, 3라운드 내내 연예인 판정단은 강민경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강민경은 가면을 벗은 뒤 “많은 사람들이 제 노래보다 외모, 외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신다. 가수로서의 노래 실력은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경의 이야기에 작곡가 윤일상은 “너무 예뻐서 그래”라고 말했다. 강민경이 가수 생활 내내 짊어지고 있던 무게였는지도 모르겠다.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그 마음은 ‘복면가왕’을 통해 해소됐다. 강민경은 무대를 마친 이후 “가수로서 평생 들을 칭찬을 다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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