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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하고 아름다운…세계의 도서관 순례기
라이프| 2015-08-21 12:35
말라테스타 도서관과 로렌티안 도서관,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홀과 퀸스 칼리지, 쥐트펜의 성 피터 성 발부르가 도서관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사슬 도서관’이라는 점이다. 소장된 책들을 모두 사슬로 책상에 묶어두는 도서관이란 뜻이다, 이를테면 도난방지용이다. 중세 양피지 필사본 도서는 대단히 소중해서 기증자들은 단단히 사슬에 묶어둬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류의 문명과 함께 해온 도서관의 원형은 상거래용으로 이용된 메소포타미아 점토서판의 문서보관소에서 찾아진다. 


고대사회로부터 현재까지 수천년 동안 지식의 보고로 인류가 만들어온 장중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을 한데 담아낸 ‘세계의 도서관’(사회평론)은 도서관 건축물의 발전사를 다룬 최초의 책이다. 고대 문명들 속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사리진 도서관, 중세 시대 수도원 도서관, 로코코 시대의 화려하고 호화스러운 도서관과 현대 각국의 상징이랄 만한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건축사학자인 제임스 캠벨과 사진작가 윌 프라이스가 기록한 전 세계 21개국 82개 도서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세계 유수의 도서관을 직접 순례하며 도서관이 시대에 따라 어떤 변화를 겪어왔으며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 그려낸다.

지식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관하려는 목적에서 지어진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도서관은 기원전 668년에서 630년 사이, 아시리아의 아슈르바니팔 왕이 세운 도서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는 기록으로만 전한다. 형태가 보존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은 터키 페르가몬 도서관과 로마시대 에페소 지역에 세워졌던 셀수스 도서관. 특히 셀수스 도서관은 고대 도서관들 가운데 가장 보존 상태가 좋고 비문 기록을 통해 건물의 용도가 밝혀진 곳이다.

도서관의 건축과 구조는 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예나 지금이나 습기와 곰팡이는 골칫거리. 습도가 높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습기가 책에 닿는 걸 막기 위해 벽에서 서가를 떨어뜨려 놓았다.

책의 도난을 막는 갖가지 방법도 동원됐다. 옛 도서관에서는 책장에 튼튼한 자물쇠가 달린 문을 달거나 책에 사슬을 묶어 선반에 매달아 두는 등의 물리적인 방법을 썼다.

전성기 로마는 도서관수로도 확인된다. 모두 29개의 도서관이 있었으며 목욕탕 도서관도 눈길을 끈다. 부자들은 개인도서관을 갖는 게 자랑이었다. 도서관의 현대화는 17세기에 시작된다.

인쇄술의 발달로 책 값이 점점 싸지고 모양이 바뀌면서 도서관 설계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책장이 벽의 일부로 보이게끔 벽면 전체를 가리는 책장으로 발전한다. 흥미로운 도서관 이야기와 함께 반들반들한 오랜 나무결이 유혹적인 도서관 사진 300여컷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책 내음이 떠도는 도서관의 긴 회랑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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