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이인제와 안철수
뉴스종합| 2015-08-23 10:37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이인제 새누리당 의원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 의원은 1988년 정계에 입문해 ‘최연소 장관’을 거쳐 지금 자리까지 오른 거물 정치인이고, 안 의원은 의사, 최고경영자(CEO) 등을 거쳐 이제 막 정계에 입문한 정치신인 격입니다.

살아온 길도 정치 인생도 전혀 다른 두 인물인데 묘하게 공통점이 보입니다. 우선 대권 도전이죠. 이 의원은 두 차례에 걸쳐 대권에 도전했고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열풍’을 몰고 왔습니다. 


두 의원의 정치사(史)가 전혀 다름에도 일거수일투족 세간의 주목을 받는 건 바로 대권 후보, 그것도 유력한 대권후보였다는 공통점 때문일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재 처한 상황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두 의원 모두 ‘위원장’이란 직책을 짊어졌다는 점이 같습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안 의원은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을 맡고 있죠. 


어떤 위원장직은 경선을 불사할 만큼 모두가 탐낼 만한 자리일진데, 두 의원이 맡은 위원장 자리는 어째 무겁기만 해 보입니다. 모두가 손사래 칠 듯합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정확한 속내까지 알 순 없죠. 다만, 두 의원 모두 두 손 들며 기뻐했을 자리가 아닌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일각에선 ‘십자가’를 짊어졌다고까지 표현합니다. 여당의 십자가를, 야당의 십자가를 짊어졌단 말이죠. 안 할 수 없지만, 누구도 하긴 싫은, 혹은 해도 어려울 일을 짊어졌단 의미일 것입니다.

이 의원에겐 ‘최연소 노동부 장관’이란 이유로, 안 의원에겐 ‘국회 최고의 해킹 전문가’란 이유로 치켜세웠지만, 모르죠. 각 당 의원들은 내심 이들이 있었기에 천만다행이라 생각했을지도요.

그만큼 두 의원이 떠안은 분야는 참 난감하고 어려운 분야입니다. 발품은 많이 들고 성과는 미비합니다.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노동개혁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 최대 현안으로 앞세운 과제입니다. 외면할 수 없는 과제인데, 누구나 느끼듯 참 어렵습니다.

노동개혁은 결국 ‘일자리 싸움’입니다. 야당이 내세운 ‘부모세대ㆍ자식세대 대결’ 프레임이 아니더라도, 결국 한정된 자본으로 한정된 일자리를 어떻게 나누고 배분하는가로 귀결됩니다. 누군가의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그게 기업일 수도, 또 고령층일 수도, 또 정규직일 수도 있습니다.

노동개혁은 그래서 어렵습니다. 일자리에 대한 희생은 사활이 걸리기 때문이죠. 개인이 아닌 가족의 사활이 걸리니 어떤 희생이든 저항은 극렬합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만 해도 그렇습니다. 노사정을 원상복원하는 것조차 난항에 난항을 거듭합니다. 대화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신은 깊습니다. 아니, 진입장벽 자체가 높다고 봐야죠.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저항은 그만큼 거셉니다.

임금피크제 하나조차 현대차그룹이 도입을 결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칭송받을 정도입니다. 물론 현대차그룹도 확정된 건 아닙니다. 노조의 반발을 극복해야죠. 다수의 기업은 이 같은 선언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노사정은 여전히 언제 복원될지 불투명합니다. 복원된다 해도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 의원은 이 난제를 떠맡았습니다. 누구나 필요하다고 외치지만, 어느 누구 장담할 수는 없는 노동개혁을 말입니다.

안 의원은 더 난감해 보입니다.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은 국정원 개혁을 맡았습니다. 국정원 해킹 의혹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담당하는 역할이죠.

야당 의원이라면 누구나 국정원 개혁을 외칩니다. 해킹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성토합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국가정보’원입니다. 국가정보란 논리 하에 접근조차 어렵습니다. 본전도 건지기 어려운 과제라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명확한 증거를 찾고 국정원을 추궁하고 인정을 얻어내려면 단순한 의지만으론 불가능하죠.

안 의원은 국정원에 4년치 로그기록을 요구하며 “한 달 정도 해도 될까 말까 하다”고 밝혔습니다. 그것도 자료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서입니다.

결국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계속 이어갈 동력도, 그렇다고 접을 명분도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국정원이 해킹을 시도한 국내 개인용 컴퓨터 IP 3개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해킹 의혹의 핵심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란 이유로 위원장직을 맡게 됐지만, 오히려 ‘전문가도 밝히지 못한 의혹’이란 짐으로 돌아온 형국입니다.

노동개혁과 국정원 개혁을 짊어진 두 의원. 이들은 이 난국을 어떻게 탈출하게 될까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시간도 넉넉지 않습니다. 이인제ㆍ안철수 의원, 두 의원은 어깨에 진 십자가를 어떻게 내려놓게 될까요?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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