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 “이전에도 총으로 장난”
뉴스종합| 2015-08-26 09:44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50대 경찰 간부가 권총으로 장난을 치다가 젊은 의경이 목숨을 잃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전에도 비슷한 장난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경찰의 기강 해이와 안전불감증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26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께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 군경합동 검문소 제1생활실에서 박모(54) 경위는 자신이 휴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으로 의경들에게 장난을 치다가 실탄을 발사했다. 

격발된 총알은 앞에 앉아 빵을 먹고 있던 박모(21) 상경의 왼쪽 가슴을 관통했고 박 상경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이날 검문소에서 의경들이 간식을 먹는 것을 본 박 경위가 “나만 빼놓고 빵을 먹는다”며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총 탄창 첫 번째 약실(藥室)에 실탄이 없는 빈 탄으로 착각해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박 경위는 의경들이 보는 앞에서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고무를 제거할 정도여서 정황상 살인의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의경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전에도 총구를 겨누는 비슷한 장난이 몇번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경력 25년이 넘는 베테랑인 박 경위가 권총 관련 규정을 착각하고 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경찰장비관리규칙에 따르면 경찰관은 권총을 휴대할 때 첫 번째 탄(원형탄창 1시 방향)은 공포탄을, 그 이후 네 탄은 실탄을, 마지막 탄(12시 방향)은 비어있는 상태로 장전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박 경위는 권총의 첫 번째 탄이 빈 탄이고 두 번째가 공포탄, 세 번째부터 실탄이 나가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검문소에서 근무하는 3명의 경찰이 권총 한 정을 돌려 쓴다”며 “발사된 실탄은 공포탄 옆옆칸에 장전한 두번째 실탄으로, 박 경위가 권총을 인계받을 때 탄창을 열어 실탄 개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탄창이 옆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강력계 형사는 “실제 권총을 써볼 일이 거의 없다시피한 직원들의 경우에는 규정을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총기 감식 등 조사를 마무리한 뒤 박 경위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badhone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