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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볍게 한잔이면…‘음주산행’도 괜찮아?
뉴스종합| 2015-09-04 11:13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들면서 ‘힐링’을 위해 산을 찾은 등산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한달에 한번 이상 산을 찾는 인구는 15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산행 중 지나친 음주문화는 모처럼 산을 찾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만의 등산 음주 문화는 안전을 염려한 각종 기관과 단체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물론 음주 산행이 불법은 아니다.

현행 자연공원법 제27조를 보면 오물이나 폐기물을 함부로 버리거나 심한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몇몇 행위는 금지되지만, 등산 중 음주를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당량 이상의 술을 마시면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떨어져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상에서의 술 한 잔은 그렇지 않아도 확률 높은 하산시 사고 위험을 더욱 높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립공원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산악 사고 사상자 1686명 중 30%는 음주 때문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등산객은 “오히려 술 한잔이 등산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기분 탓일 뿐’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음주 산행에 대한 그릇된 상식을 지적했다.

예컨대 ▷공기 좋은 곳에서 마시면 덜 취할 것 같지만,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간 상태라 평소보다 알코올 흡수가 더 빠르다는 점 ▷체온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온도가 급격히 바뀌는 산 위에서의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장을 빨리 뛰게 해 오히려 체열을 빼앗긴다는 점 ▷음주 탓에 흥분한 지각능력이 피로를 잠시 잊는 것일 뿐 실질적 피로는 더 많이 쌓인다는 점 등이다.

서울의 한 산악구조대 관계자는 “하산시 음주는 곧장 음주운전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음주 산행을 법으로 금지시키자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국립공원별로 음주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등산객이 많이 찾는 버지니아주 소재 쉐난도(Shenandoah) 국립공원은 공원 내 모든 지역에서 음주가 금지되어 있다.

아카디아(Acadia) 국립공원은 모든 공공건물, 주차장, 해수욕장, 해안 주변 400m에서 음주를 불허한다.

영국 역시 자연공원 안에 음주 통제 지역을 두고 음주를 금지시킨다.

최준영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에서 주류 반입을 금지시키고자 한다면 현행 화기 반입 금지와 같은 방식으로 금지시킬 수 있고, 주류 판매금지의 경우 별도의 규정을 만들 필요 없이 현행법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이모(58)씨는 “산의 정취를 느끼려 가볍게 한 잔씩 하는 것인데, 그런 데까지 일일이 법이 들어올 필요가 과연 있느냐”고 했다.

한 산악회 회원 천모씨는 “과음, 음식 쓰레기 투기 등을 삼가는 캠페인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법적 금지는 아무래도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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