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프리즘-박도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님께
뉴스종합| 2015-09-17 08:25
신동빈 회장님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에 이 글을 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여부를 떠나 롯데의 변화와 관련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지난 여름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을 보면서 국민들이 많이 실망했다는 것을 회장님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손가락 인사’와 같은 황제식 경영의 단면을 접할 때에는 분노까지 일기도 했습니다. ‘저런 회사에서 만든 껌을 씹고 술을 마시며, 쇼핑을 했다니…’ 일각에서는 아직도 불매 운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롯데의 미래를 이끌 회장님을 위해, 아니 18만명의 롯데 임직원을 위해, 이들과 함께하는 100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롯데는 달라져야 합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11일 회장님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투명성 강화와 기업의 사회적 역할 확대 방안을 내놓았으며, 후속 조치로 각 분야 태스크포스팀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많이 개선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 나갈 때 진정성 있는 변화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여러 기업을 접하면서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에 대한 나름의 평가 기준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기준에 따라 롯데그룹을 한 번 보겠습니다.

먼저 ‘기부금 비율’ 입니다. 이는 얼마나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평균 기부금 비율은 영업이익의 1~2% 정도입니다.

롯데는 어떨까요? 그룹 전체는 보지 못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경우 0.67%이었습니다. 물론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기부금 비율이 영업이익의 2%에 육박했더군요.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차이일 수 있겠네요.

희망적인 것은 호텔롯데의 기부금 비율이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크게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지난해보다 10배가량 증가했더군요. 이 같은 증가세가 ‘매출액 대비 1%’에 이를 때까지 이어지면 정말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여성 임원 비율과 여직원의 임금 수준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양성 평등뿐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치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런 까닭인지, 회장님도 연초에 “여성 임원비율을 전체 임원의 30%까지 늘리겠다”는 선언을 했더군요. 꼭 실천하기를 기대합니다. 아시겠지만, 현재 호텔롯데 임원 41명 중에 여성은 3명에 불과합니다.

여직원과 남직원의 임금 격차도 줄여야 합니다. 다른 유통 기업과 마찬가지로 롯데도 여직원의 평균 임금은 남직원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여성은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로서는 최대 고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충성 맹세하는 기업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당시 계열사 대표는 물론 노조까지 나서 지지선언을 했습니다. 회장님에게 힘이 됐을지 몰라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회장님이 골목대장같이 보이더군요. 우리나라 재계 5위의 대기업이 이런 기업문화를 갖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pdj24@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