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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원으로 보는 추억의 영화
뉴스| 2015-09-17 16:52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고령화 사회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중장년을 위한 실버영화관이 곳곳에 생겨났다. 가슴 떨렸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삶의 활력소를 찾기 위한 공간으로 실버영화관만큼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분당에서도 이러한 추억의 영화를 매주 만날 수 있다. 야탑동 성남미디어센터가 그곳이다.

성남미디어센터는 오는 12월 9일까지 매주 수요일 2시에 '청춘 시네마'를 상영한다. 지난 8월부터 시작했다. 관람료는 1,000원이며 객석 규모상 선착순 97명만 입장할 수 있다.

오는 23일에는 소설가 최인호 원작,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년)〉을 스크린에 올린다. 1970년대 최인호는 도시적 감수성으로 이른바 '아파트 소설' '호스티스 소설'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소외되는 인간을 감각적인 문체로 그렸다. 영화 속 경아(안인숙 분)는 천성적으로 밝고 명랑했으나 첫사랑에서 버림받은 후 후처, 호스티스 등 어두운 삶을 전전하다 화가 문호(신성일 분)를 만나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알콜중독과 자학 증세에 시달리는 문호는 경아를 떠나고, 이 사실을 안 경아는 마침내 눈 내리는 밤 길거리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 영화를 끝으로 영화판을 떠난 배우 안인숙의 전성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장호 감독의 시대적 감각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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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별들의 고향> 포스터


이후 상영되는 영화는 대부분 1950년대와 60년대에 상영된 것이다. 현재 환갑을 넘긴 어른들에게 친숙한 영화다. 오는 30일에는 신상옥 감독의 〈동심초(1959년)〉를 상영한다. 미망인과 유부남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10월에는 외화가 두 편 포함된다. 7일은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카사블랑카〉다. 우연히 옛사랑을 재회하지만 끝내 헤어져야 하는 애틋한 연인 이야기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술집 피아노 연주자의 곡이 인상적이다. 14일에는 배우 도금봉 주연의 1957년판 〈황진이〉다. 이후 황진이는 1986년 장미희, 2007년 송혜교가 같은 제목의 영화로 명성을 이어나갔다. 21일은 〈남태평양(1958년)〉을 상영한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40대 프랑스인 농장주-종군 간호사와 젊은 장교-섬 처녀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 영화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초에 개봉되어 지금의 60대에게 이국적 풍경과 사랑에 가슴을 설레게 했던 영화다. 28일에는 〈5인의 해병(1961년)〉이다. 한국전쟁 때 탄약고를 폭발하기 위해 적진에 침투한 5인의 특공대를 다룬 영화다. 감독은 〈섬〉 〈에비타〉를 연출한 김기덕 감독과 동명이인이다. 주로 1960년대와 7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했다.

11월에는 역사를 다룬 두 편의 영화가 준비된다. 4일에는 종교영화 〈삼손과 데릴라(1949년)〉를 스크린에 올린다. 배우 빅터 마츄어(삼손 역)의 용맹함과 헤디 라머(데릴라 역)의 요부 모습을 볼 수 있다. 11일에는 배우 김승호 주연의 〈고종황제와 안중근 의사(1959년)〉를 상영한다. 구한말 고종황제의 쓸쓸한 역사적 뒤안길과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 활동을 조명한다. 18일에는 〈인목대비(1962년)〉이다. 광해군의 박해 속에서 살아가는 인목대비의 삶을 짚는다. 역사 왜곡이라는 평도 있지만 1950년대 말부터 60년대까지 활발한 연기를 펼친 배우 조미령과 이민자를 볼 수 있다. 25일은 최은희, 김승호 주연의 〈어느 여대생의 고백(1958년)〉을 상영한다. 법대 출신 여변호사로서 여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최은희(최소영 역)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12월은 두 편의 영화만 상영된다. 2일은 최무룡, 조미령, 김승호 주연의 〈해바라기 가족(1961년)〉이다. 제목의 땨뜻함과는 달리 애첩을 둔 중년 가장의 가족 파탄을 다룬다. * <해바라기 가족>은 필름 상태가 좋지 않아 이장호 감독의 <어둠의 자식들(1981년)>로 교체 상영할 예정임을 성남미디어센터에서 알려 왔습니다.-편집자 올해 마지막 영화는 9일 상영되는 〈의적 일지매(1961년)〉다. 의적 일지매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둘 다 간신의 모함으로 부모를 잃은 일지매와 한 때 정혼한 사이였던 기생의 러브라인도 펼쳐진다. 최은희, 도금봉, 김석훈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성남미디어센터의 김영관 대리는 "이 영화들은 실버세대의 여가활동을 위한 맞춤형 문화콘텐츠"라면서 "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젊은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활력을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문의 031-724-8370.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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