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추석도 모바일 시대]추석의 변심…오순도순 송편 빚어? 휴대폰으로 사먹는다
뉴스종합| 2015-09-21 11:21
맞벌이- 1인 가구 늘면서 ‘합리성’ 추구
제수용 음식 간편하고 웰빙스럽게 마련
차례상도 아예 전통시장서 통째로 주문
준비시간 줄여 가족 여행-휴식 선택



주부 김소민(36) 씨는 추석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시어머니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시어머니가 “가족이 많지 않아 차례상을 사서 차리는 친구들이 많다”며, “우리도 올해부터는 차례상 음식을 해먹지 말고 사먹자”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자’는 시어머니의 이야기에 따라 김 씨는 “이번 추석에는 남편과 인터넷을 보면서 고향 인근 차례상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를 찾아 온라인으로 차례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추석의 모습도 많이 변하고 있다. 오순도순 모여 앉아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기보다 그 시간을 줄여 가족 여행을 가거나 편한 휴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덩달아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 모습도 간편해지고 있다. 바로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을 구입하거나, 전통시장 등에서 차례상 차림 세트를 주문해 간편하게 추석 음식을 해결한다. ‘해먹는’ 추석에서 ‘사먹는’ 추석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민족대명절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추석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맞벌이 가구의 확대는 물론 1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고려해 차례음식도 간편식을 활용하는가 하면 차례상을 통째로 주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사진은 추석을 앞둔 재래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헤럴드경제DB]

▶제수용 음식도 간편하고 웰빙스럽게…추석에도 ‘간편식’바람=먼저 제수시장에는 간편식 바람이 거세다. 맞벌이 가구 확대와 1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합리적’인 차례상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먹는’ 추석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마트 자체 식품브랜드 ‘피코크’에서는 제수용 간편식을 작년 설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작년 설 명절(1월 31일)이전 7일 동안 1만5000개 가량 팔려 1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작년 추석에는 송편, 완자, 식혜 등 상품을 추가 출시해 설보다 매출이 300% 이상 상승했다. 2014년 설 이마트 기준 1억원 수준이었던 ‘제수용 간편 가정식’ 시장이 8개월만에 4억5000만원으로 급증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한식반찬’도 추석을 앞두고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 43억원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 설에는 59억원의 매출로 최고 성과를 거뒀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에는 78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추석 보다 2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롯데백화점 반찬 매장에서도 전 세트, 나물 세트 등 차례상에 올리는 다양한 음식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으며 상시구매도 가능해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이은정 바이어는 “명절 음식은 대부분 손이 많이 가는 경우가 많아 품목별로 필요한 음식들만 골라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가장 많은 고객들이 찾는 전 세트와 나물 세트로 사전에 주문할 필요 없이 매장에서 상시 구매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차례상도 아예 통째로 주문…이젠 ‘사’먹는 추석으로=사먹는 추석에 대한 선호도는 주문 차례상이 증가하는 모습과 맥을 같이 한다. 재료보다는 완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중장년층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메가마트에 따르면 부산동래점과 남천점이 지난 2월 설날 특수 기간에 판매한 ‘주문 차례상’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도 설날보다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13년 명절 ‘주문 차례상’을 처음 판매한 이후 해마다 매출이 40~50% 이상 늘어나고 있다.

호텔업계는 차례상 배송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추석 차례상’은 한식 마스터 셰프가 엄선한 최고의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준비한 차례 음식과 과일 등을 즉석에서 차례상에 올릴 수 있도록 포장해 배송한다. 15종 이상의 차례음식과 제주도산 천연꿀이 들어간 매실주인 원매 프리미엄 소주까지 모두 포함돼 집에서는 제수용품과 제기, 상만 준비하면 된다.

전통시장도 차례상 주문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경남 창원의 한 제수음식 전문점은 “올해 초 설에는 하루 1~2곳에서 차례상 문의가 와서 실제 열상 정도 차렸다”며 “올해는 주변에도 비슷한 가게가 문을 열었지만 작년보다 더 많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년 간 제수용 음식 전문점은 이 가게뿐 이었는데 옆에 반찬가게도 명절을 앞두고 업종을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