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소식
인디게임, 한류 콘텐츠 바통 '이어받다'
게임세상| 2015-09-22 12:06
- 국내 iOS, 구글 플레이 유료 인기순위 장악 
- 연간 300 ~ 400종 신작 출시하며 시장 활성화
- 英ㆍ日 버전 출시하면서 전 세계시장 공략 
- 해외서 러브콜 스팀, PS 등 콘솔 공략 박차


 

   
3년전 일이다. 국산 게임 타이틀 하나가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다. 흥미로운 소식에 당장 그 게임을 찾아 나섰다. 웹페이지를 통해 본 게임은 충격적이었다. 과연 이 게임이 국산 타이틀이란 말인가. 어떤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래픽에 독특한 전투 시스템, 십자군 전쟁을 비롯한 아랍권의 이야기. 매력투성이였던 이 게임을 어떻게든 플레이하고 싶었다.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솔직한 심정은 그것이었다.
몇 달 뒤 게임은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쳤다. 2천만원이 넘는 금액이 게임에 쏟아졌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이 사전 판매로만 2천만원을 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언론의 관심이 쏟아진다. 생각해 보니 나도 언론이었다. 냅다 그들을 만나러 갔다. 의자 두개, 책상 두개 놓인 사무실 안에서 그들은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다. 단 두명이서 개발한 게임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그 날을 시작으로 인디게임 취재가 시작됐다. 편집국 회의를 통해 인디게임 코너를 열었고 그렇게 3년 동안 매주 한편 이상 인디게임 기사를 써 나갔다.

 

   
초기에 인디게임특집 코너를 운영하는 것은 고통과도 같았다. 국내에 인디게임이라고 한다면 한다리 건너면 다 알 정도로 한정된 사람들이 게임을 개발했다. 인디게임 소식을 다루고 싶었지만 출시되는 국산 타이틀들이 거의 없었다. 어떻게든 글은 써야 했고 국산게임 소재가 없으니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해외 인디게임들을 위주로 코너를 이끌어 나가며 미래를 기약한다.

전설의 대장장이, 포춘시리즈, 용사는 진행중의 성공
6개월쯤 지났을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마인크래프트'를 비롯 몇몇 외산 타이틀들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구글 플레이 유료 시장에 새로운 게임이 등장한다. '전설의 대장장이'라 이름 붙여진 이 게임은 순식간에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유료 마켓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개발자에게 커피를 한잔 사주세요'라는 말이 쓰여진 이 게임이 '마인크래프트'와 '파이널 판타지', '풋볼 매니저 핸드헬드'를 제압하며 유료 마켓에서 성과를 거둔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뒤이어 전 엔씨소프트 기획자 출신 김도형 대표가 '용사는 진행중'이라는 게임을 내놓는다. 순식간에 구글 플레이 유료 1위에 올라선 이 게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료 인기순위 상위권에 진입한다. 혹자들은 하루 수천만원 매출을 올린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단지 1명의 기획자 출신 개발자가 해외 그래픽 소스를 사들여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중요한 이슈였다. 그가 십수명이 달라 붙어 개발한 게임들과 경쟁할 만큼 성장했다는 점도 인디게임의 성장을 알리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은 게임이 순수 입소문 만으로 `1백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가능성을 알렸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디 게임계의 아이돌 '도톰치게임즈'의 장석규 대표가 기존 iOS일변도에서 벗어나 구글 플레이를 통해'미스터리 오브 포춘'을 출시한다. 포춘 시리즈 여섯번째 작품인 이 게임은 배틀 매크로 시스템을 도입, 각 유닛에 역할을 부여하는 전략게임으로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 마저도 대박이 터진다. 연일 유료 인기 순위 상위권에 머물렀다. 순수 다운로드만 3만 회에 육박했고 인앱결제 수익도 적지 않았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낸 타이틀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인디게임

이들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인디게임 개발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수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공개하고 구글 플레이 유료 인기순위를 점령해 나가기 시작한다.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진 셈이다. 서로 특색있는 게임들을 선보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고 출시된 게임들은 성공적인 매출을 거둬들이며 적어도 다음 타이틀을 만들기 위한 힘을 얻는다. 여기에 '무한 더던전', '던전 999F', '데몽헌터', '중년기사 김봉식'등 인디게임 이름을 달고 출시된 게임들이 구글 플레이 유료 마켓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힘을 보탠다. 인디게임을 개발해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루머들이 쏟아졌고, 이제 인디게임 개발 열기가 뜨겁게 달아 오른다.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모임 '인디라!'와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컨퍼런스를 주도했던 '인디 디펠로퍼스 파트너'가 함께 성장해 나가면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신작을 공개하는 등 기반을 닦아 나간다.

 

   
세계로 나아가는 인디게임
3년이 지난 지금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트리 오브 라이프'를 개발한 오드원 게임즈는 이 게임의 사전 판매로만 수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본격적인 전문 게임 개발사로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용사는 진행중'을 개발했던 버프 스튜디오는 일본과 미국 앱스토어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한 전례를 바탕으로 PS4를 통해 게임을 출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 해에도 몇십개씩 스팀을 통해 국산 신작 타이틀이 발매되고, PS4와 같은 콘솔 플랫폼에도 도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 이제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애초에 개발 단계에서부터 영어와 일본어 버전을 준비하면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고 또 쏠쏠한 성과를 거두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간다.
인디게임 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도 정신이 없었다. 한 때 외산 인디게임 분야를 다룰 수 밖에 없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하루에도 몇 개씩 발매되는 국산 인디게임을 플레이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게임을 소개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입이 떡벌어지는 퀄리티 게임 즐비

지난 9월 10일부터 12일간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서 개최된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은 국내 인디게임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250여명의 개발자들이 참가해 전시를 진행했다. 사전 전시로만  214개 타이틀이 접수됐고 그 중에서 심혈을 기울여 선발한 게임 80여종이 현장에서 전시됐다. 대부분 타이틀이 신작이었고,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사이에 출시를 앞둔 타이틀이었다. 각자 다른 그래픽 콘셉트, 게임 플레이 방식, 심지어 플랫폼 조차 다른 게임 80여종에 눈앞에 펼쳐졌다. 어느 타이틀 하나 빠지는 게임들이 없었고 어떤 타이틀을 붙잡고 플레이 하든 간에 밤을 세워 플레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정도로 훌륭한 게임들이 출품됐다.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된 게임들이 유저들에게 인사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2016년이 더 기대되는 인디 시장
인디게임 분야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BIC 페스티벌을 통해 공개된 게임들이 서서히 출시되고 새로운 게임들이 개발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행사에 참가한 개발자들은 입을 모아 내년에 다시 출품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행사장에 오지 못한 개발자들이 열을 올려 신작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기 때문이다. 행사에서 전시를 하지 못한 블랙스미스게임즈의 장재혁 대표는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의의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불을 붙였다(개발 의욕을 올려준)는데 있다"며 "내년에는 반드시 신작을 선보이면서 함께 전시자로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새롭게 인디 게임 개발에 참가하는 이들까지 합쳐진다면 내년에는 더욱 완성도 높은 콘텐츠들이 대거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10여곳 개발팀들이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2016년에는 어쩌면 인디게임이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간 게임 불감증에 시달리며 신작에 목마른 유저들이라면 인디게임 분야를 주목해 보자.

 
부산=안일범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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