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리얼푸드]한식의 숨은 실세…명절 추억의 맛 ‘삼색 나물’
뉴스종합| 2015-09-23 14:54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음식에 관한 한 우리는 축복받은 민족이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의 다양함으로도 그렇거니와 요즘에는 다른 어느 나라 음식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건강함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런 한식에서 대표 주자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상징처럼 돼 버린 김치나 비빔밥을 꼽을 것이고, 육류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불고기를 들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음식처럼 화려하게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밥상의 한 켠에서 조용하게 한식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나물이다.

우리 식문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별의별 채소를 요리에 이용한다. 요즘이야 새싹 채소라고 하여 세련된 포장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은 산과 들에서 나는 각종 나물을 즐겨먹었다. 오이, 아욱, 가지, 토란, 고구마잎, 상추, 부추, 호박, 가지, 풋고추, 박나물, 고춧잎 등 재배한 채소는 물론이고, 도라지, 고사리, 두릅, 고비, 버섯 등 산채, 그리고 고들빼기, 씀바귀, 냉이, 소루장이, 물쑥, 달래 등 들나물까지… 이들을 제외하고 밥상을 차릴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가 즐겨먹는 비빔밥이나 잡채, 혹은 탕평채 등도 나물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음식이다.

이렇듯 수많은 나물 중에서도 명절 차례상에 올라오는 삼색 나물은 대표 주자라 할만하다. 차례상의 다섯 열 중 제 4열에 진설하는 나물은 푸른색ㆍ갈색ㆍ흰색으로 이뤄진다. 푸른색으로는 시금치ㆍ쑥갓을 많이 쓰며, 갈색은 고사리ㆍ고비나물, 흰색은 무ㆍ숙주ㆍ도라지나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시금치, 숙주나물, 고사리를 조합해 진설하는 집이 많다. 요즘에야 성인병과 비만을 해결하는 건강식으로 꼽히지만, 과거 허기와 기근을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구황식으로 큰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제사상에까지 오르는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뽀빠이는 될 수 없어도, 시금치…

시금치는 참 논란이 많은 음식이다. 과거에는 뽀빠이처럼 건강한 몸을 만들어준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억지로라도 먹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시금치 통조림 회사의 광고 전략이라는 말이 떠돌면서 시금치에 대한 인기도 사그라들었다.

시금치가 뽀빠이와 같은 근육질 몸을 만들어 줄 수 없을는지는 모르지만,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시금치는 채소 중 비타민A 성분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 야맹증을 예방하고 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중ㆍ장년층에서도 백내장과 황반 변성 등 눈의 노화와 관련된 질병에 매우 좋다.

성장기 아이들을 위해서는 비타민 BㆍC와 철분, 엽산 등이 풍부하다는 점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윤방부 박사는 한 방송에서 “시금치에는 혈액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엽산과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혈색소를 생성하는 철분이 많이 들어있다”며 극찬한 바 있다.

▶신숙주처럼 짓이기고 싶어서 숙주나물?

흰색 나물의 대표주자로 요즘에는 콩나물보다 애용되는 숙주나물은 그와 같은 이름을 갖게 된 것에 대한 배경 이야기가 복잡하다. 세조가 어린 조카인 단종을 쫓아내고, 단종의 절친인 성삼문을 죽음으로 내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신숙주로부터 이름을 따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전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이 나물로 만두 소를 넣을 적에 짓이겨 넣었기 때문에 신숙주를 나물 찧듯이 짓이기자고 하여 숙주라고 했다”고 씌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그저 전해오는 이야기일 뿐 숙두(콩 숙菽, 콩 두豆)나물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우리 민족은 예부터 콩류에서 나는 갖가지 나물을 먹었고, 현재는 노란콩에서 나는 콩나물과 녹두에서 나는 숙주나물을 주로 먹지만, 예전에는 검은콩, 완두, 팥 등에서도 싹을 틔워 나물로 먹었다는 것이다.

숙주에는 비타민 B와 C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면역력 강화나 기관지 보호에 아주 좋다고 한다. 특히 비타민 B6가 가지의 10배 우유의 20배에 달할 정도로 풍부해 하루에 150g 정도를 먹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양을 충분히 채울 수 있는데, 이는 체내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고 해독하는 효과가 있고 단백질 대사에 관여해 면역기능 강화, 간 기능 회복 등의 효능을 준다.

숙주는 또 불용성과 수용성 식이섬유가 함께 들어있으면서도 칼로리가 아주 낮아 변비나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또 이뇨효과가 있어서 몸의 붓기를 빼주고, 몸 속에 있는 유해물질을 배출해주는 효과가 있고, 아스파라긴산이라고 하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로회복이나 숙취에 탁월할 뿐만 하다고 알려져 있다.

▶산에서 나는 쇠고기… 고사리

고사리는 전세계에 큰 군락(群落)을 이뤄 자생하는 생활력이 왕성한 식물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시아 국가 여기저기서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사용해 왔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릴 만큼 단백질 성분이 풍부하고 각종 비타민이 있어 피부 미용과 세포의 노화를 막는데 효과가 좋다고 한다. 고사리에 함유된 철분과 칼슘이 빈혈 및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 엽산이 풍부한데, 엽산은 모든 세포의 성장과 분열에 필요한 영양소로 적혈구와 신경조직의 건강을 유지하게 되므로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 임산부의 빈혈 예방 및 태아 건강, 노인 건강을 위해 충분히 섭취해야 할 영양소이다.

고사리는 또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노페물을 배출 시키는 효능이 있고 식이섬유소가 많아 배변활동을 도와 장의 건강을 좋게 유지할 뿐만 아니라, 칼륨도 풍부해서 체내에 축적돼 있는 나트륨의 배출을 증가시켜 혈압 및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져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좋은 식품이다. 간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간세포 해독 작용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고사리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다.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기능성 및 산성 다당류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면역기능의 증가에 도움이 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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