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명절이 외로운 사람들, 한끼식품] 추석연휴, 혼자라도 괜찮다…그러나 조금은…
뉴스종합| 2015-09-28 09:00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큰 집으로 가느라 새벽 일찍부터 엄마의 성화에 떠밀려 집을 나서고 있을 터였다. 차 안에서 좀처럼 깨지 않는 잠을 달래다보면 어느새 이미 친척들로 북적한 집에서 간만의 안부인사를 나누고 차례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보통의 명절 일상이었다.

추석 선물을 양손 가득 들고 인파에 휩쓸려 본가로 가는 기차를 타는 대신 올해는 명절 연휴를 홀로 서울에서 보냈다. 남들 쉬는 연휴에 일하는 마음이야 마냥 즐겁지는 않지만, 설과 추석이면 늘 똑같이 반복되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 명절의 일상을 한 번쯤 건너뛰는 일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됐다. 

혼자라도 괜찮다. 집 근처 편의점만 가면 언제든지 명절에 맛보던 전이며 나물을 만날 수 있다. 맛도 양도 만족스럽다. [사진출처=gs25]

혼자, 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세상이 됐다. 1인 가구 500만 시대. 세상은 혼자 생활하기에 최적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사실 명절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향에 1박 이하로 머문 사람들은 10년 전보다 9% 가량 늘었다고 한다. 고향에 내려가도 일찍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려는 이들이 많고, 여러 이유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이들도 많다.

홀로 보내는 명절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 것은 친구 A를 알고 나서부터였다. 부모님이 외국에 있는 한 친구 A는 일년에 두번, 지금까지 10번이 넘는 명절을 홀로 서울서 보냈다. 명절날 애써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A에게 명절은 휴가와 다를 바가 없다. 올해 A는 완전한 명절 휴가를 즐기기 위해 추석 전날과 당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보냈다. 귀성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서울권의 호텔을 평소 가격보다 저렴하게 예약했다고. A는 “혼자서 운동도 하고 쉬면서 보내는데 아쉬울 것이 없다”며 “혼자 보내는 명절이 익숙하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했다. 

고시 준비에 한창인 고시생들로 가득한 신림동 고시촌은 명절을 잊은 동네다. [사진출처=헤럴드경제DB]

명절 음식이 없으면 혼자 보내는 명절도 괜히 아쉽다. 이 아쉬운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편의점에서는 명절이면 나물이며 전으로 구성된 시즌 도시락을 내놓으며 나홀로족들의 명절나기를 응원하고 있다. 혼자 먹기에 절대 부족함이 없는 맛과 양은 허전한 뱃속과 마음을 든든히 채워준다. 밥상 머리에서 오가는 시끌벅적함은 없지만 혼자서도 추석의 맛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재래시장도 명절을 맞은 나홀로족들에게 위로가 되는 곳 중 하나다. 지난 25일 저녁, 연휴를 하루 앞두고 마포의 망원시장에서 산적과 동그랑땡, 고추전, 송편과 떡 몇가지를 샀다. 퇴근 후 너도나도 서울역으로 터미널로 향할 시간, 간간이 본인처럼 전이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지나가는 또래를 보며 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혼자라도 외롭지 않아….

재래시장은 홀로 추석을 보내는 나홀로족들에게 추천할만한 장소다. 갓 구운 따뜻한 전 뿐만 아니라 송편 등 각종 추석음식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넉넉한 시장인심은 덤이다.

바리바리 사들고 온 전과 떡을 먹으며 라디오를 들었다. 내년 고시를 앞두고 집에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 한 고시생의 사연, 홀로 서울에서 명절을 보내고 있는 소방공무원 남편을 둔 아내의 사연 등이 흘러나왔다. 모두가 보고 싶은 가족, 명절이라 더 생각나는 그리운 명절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다.

“집(본가)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편히 쉬고 싶다”. 마찬가지로 일 때문에 명절을 꼬박 서울서 보낸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지인 B씨와 나눈 ‘카톡’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일년에 두 번, 명절에야 겨우 부모님 댁을 찾았던 그다.

혼자인 명절도 꽤 괜찮다는 답에 B는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기 위해서 가족의 존재는 필수”라고 했다. 1인 가구 시대, 홀로 보내는 명절연휴는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 다만 잔소리를 늘어놓을 엄마와 무심하게 딸을 챙겨줄 아빠와 온갖 푸념을 늘어놓을 동생들을 떠올리니 조촐한 ‘추석 음식’을 앞에둔 마음에 조금은 외로워졌다.

balm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