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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 악재에…조선업체 돈줄죄는 은행
뉴스종합| 2015-10-06 11:24
수주물량에 대한 선수금 일부
수출입銀, 대우조선 지급 거부
체불 9월 월급 50% 지급 가능성

우리銀도 성동조선에 인출 차단
일시적 유동성 위기 가중


금융기관들이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있는 조선업체들의 돈줄을 죄고 있다. 올 2분기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해 정관계로부터 전방위압박을 당하는 조선업체들로서는 엎친데 덮친격이다. 글로벌경기가 침체돼 발주량이 급감한 와중에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조선업체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라는 우려다.

▶수출입은행ㆍ우리은행 배 수주한 돈 안줘=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7일 나오는 9월 월급을 50%만 지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우조선이 지난 6월 수주한 컨테이너선 11척에 대한 선수금을 채권단으로부터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주직후 관행상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수주물량 11척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했다. 이에 발주처 머스크라인은 선수금을 두 채권단에 전액 지급했다. 산은은 선수금을 대우조선에 모두 건넨 반면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과 신용등급이 내부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60%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은이 받은 선수금 중 40%인 약 400억원 가량을 지급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이는 대우조선 전체 직원의 한달치 임금이다. 2분기 3조원대 손실을 내면서 각종 자산을 내다팔고있는 대우조선은 자금사정이 일시적으로 악화된 상태다. 대우조선은 이번 선수금이 들어오면 선박건조자금과 회사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었다. 업계에따르면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은 지난 8월 기준 세계 1위다.

성동조선해양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 지난8월 우리은행은 선주사로부터 들어온 수백억원대 선박 건조대금에 대해 성동조선의 인출을 차단한 바 있다. 이는 글로벌선주들이 성동조선에 지급한 선수금과 중도금이다. 발주처는 주거래은행이자 채권단인 우리은행에 건조대금을 입금했지만 우리은행은 리스크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성동조선에 인출해주지 않았다. 이에 성동조선은 한동안 자재 구매와 임금 지급, 선박건조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官製 악재에 곳간도 비어가=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조선업체는 올해 곳간 채우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434만CGT(표준환산톤수)이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 발주량의 67.3% 수준이다. 사실상 발주량은 반토막난 실정이다. 한국의 수주실적은 8월에 이어 9월에도 중국과 일본보다 뒤처졌다. 내홍을 앓으면서 체계적인 정책지원을 받지 못한 한국조선업이 세계1위 수성이 위태로워질수 있다는 우려다.

중소업체들의 수주현황은 더 심각하다. 올초 자금지원을 받은 SPP조선은 수주실적이 거의 없다.

관제 악재도 겹쳤다. 감사원은 최근 수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수은 지원을 받는 성동조선과 대선조선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지원의 적법성 여부가 주된 대상이다. 중소조선업체들은 이같은 악재로 수주활동이 침해받거나 금융지원을 제때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칫 관제악재로 인해 글로벌선주들의 신뢰를 받지못해 수주를 못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면서 “일시적인 유동성위기를 잘 헤쳐나가 내년까지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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