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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전셋값 신물”…서울 엑소더스 ‘러시’
부동산| 2015-10-08 11:12
올 8월까지 지자체별 인구이동통계보니

서울서 경기도로 총 7만1299명 옮겨
강동·서초구→하남·성남 이동 많아
재건축 추진으로 이주수요 증가 원인



턱없이 부족한 전셋집, 치솟는 전세금이 서울사람들을 내몰고 있다. 이삿짐을 싸서 경기도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지금 살고있는 집을 유지하기가 점점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서울 강동구와 동대문, 동작, 서초구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전출자수가 유난히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건축으로 인한 주택멸실, 이주수요 증가, 새 아파트의 가격 상승 견인 등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강동구의 주택밀집지역.

8일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지자체별 인구 이동통계를 들여다 본 결과,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는 2년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경기도로 모두 7만1299명이 옮겨갔다. 전입자수에서 전출자수를 뺀 순이동 인구가 그 정도라는 말이다. 2013년 같은 기간에 서울로부터 경기도로 유입된 순이동자수는 6만2397명이었다. 2년 사이 ‘탈(脫)서울’ 인구가 14%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일부 자치구에선 유난히 큰 폭으로 이동자수가 늘었다. 강동구에선 2013년 1~8월 사이 3704명이 경기도로 빠져나갔으나 올해 같은 기간엔 1만67명이 경기도행을 택했다. 무려 172%나 증가한 것이다.

올해 8월까지 2219명이 이동한 동대문구와 3133명이 빠져나간 동작구는 2년 전 이동자수와 비교해 95%씩 늘어났다. 서초구(74%), 중랑구(53%)의 상승률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강동구와 서초구는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에서 이주수요가 발생하면서 지역 내 전셋값 상승과 인구 유출이 심화됐다. 국토교통부가 올 상ㆍ하반기에 발생할 것으로 집계한 재건축 이주수요는 강동구에서 5670가구, 서초구에선 2602가구다.

이주수요의 대부분은 서울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금을 내고 살던 세입자들이다. 손에 쥔 1억~2억원 가량의 전세 보증금으로는 서울에서 새로 이사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게 사실. 결국 경기도로 눈길을 돌리는 게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년 사이 두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각각 17.46%(강동구)와 18.06%(서초구) 오르면서 서울의 전반적인 전세난을 이끌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동구와 서초구에선 멸실 이후 재건축에 들어가는 단지들이 많은 탓에 지역 내 절대적인 물량이 부족되면서 전셋값은 뛰고 타 지역으로 인구 유출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서울 중심지에 살던 사람들이 외곽으로, 외곽 살던 사람들은 경기도로 이동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동대문구와 동작구의 경우도 2013년 9월 이후 2년간 전세가격이 각각 14.86%, 13.23%(KB국민은행 통계)로 크게 올랐다. 전농ㆍ답십리뉴타운, 흑석뉴타운을 품고 있는 두 지역에선 새로 조성된 아파트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동대문구 전농동 B공인 대표는 “재개발을 마치고 2010년 이후에 들어선 새 아파트들이 입주 2년차를 넘어서면서 전세금 수준이 크게 올랐고 이게 주변 아파트의 전세금 상승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줬다”며 “동시에 기존의 저렴한 아파트와 주택으로 전세 수요자들까지 몰려 들면서 원래 여기 살던 사람들도 구리나 남양주 쪽으로 많이 빠져갔다”고 귀띔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3년말 3.3㎡당 943만원이었던 동작구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10월 현재 1159만원으로 1000만원을 넘겼고 792만원 수준이던 동대문구는 현재 1000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짐을 싼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올해 8월까지 지역별 전출건수를 보면 강동구에선 하남과 남양주로 이동한 건수가 40% 수준이었고 서초구에선 성남과 용인을 택한 이들이 30%를 넘었다. 동대문구와 동작구의 전출자들은 남양주, 수원, 성남, 부천 등으로 고르게 퍼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용화 선임연구원은 “통계적으로 지역을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과 집값 때문인데,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가는 인구가 늘었다는 건 결국 집값 때문”이라며 “서울 내에서 전세 물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남겠으나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저렴한 전세를 찾아 경기도로 이동하는 모습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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