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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 혐오 리포트③]캣맘 사망 부른 길냥이 급식소 가보니
뉴스종합| 2015-10-14 12:51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이미 중성화된 고양이네요”

14일 강동구 천호2동의 한 카페 앞 ‘길고양이 급식소’를 찾은 갈색 고양이를 보자 김미자 미우캣보호협회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쉴새없이 주변 눈치를 살피며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 고양이의 왼쪽 귀는 손톱 만큼 잘려 있었다.

이는 TNR(Trap-Neuter-Return), 즉 포획돼 새끼를 낳을 수 없도록 중성화 수술을 받은 후 다시 방사된 고양이라는 표시였다.

전문포획자는 길고양이를 포획하면 포획틀에 포획날짜와 장소 등을 꼼꼼이 적어 사진기록으로 남긴 뒤, 고양이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마친 길고양이는 2~3일 회복을 거친 뒤 다시 기록에 적힌 원래 구역으로 돌아간다. [사진제공=정명래 고덕동물병원 원장]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캣맘’ 박모(55ㆍ여) 씨가 아파트 상층부에서 떨어진 시멘트 벽돌에 맞아 숨지는 등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이 도를 넘어선 가운데, TNR이 길고양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길고양이들을 포획해 수술시킨 후 방사하는 TNR 사업을 통해 개체 수를 줄여야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길고양이 포획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어린 새끼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이 불가능하고, 나이 든 길고양이는 오랜 시간 사람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보니 경계심이 많아져 어지간해선 포획틀 안 참치 캔에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치도 빨라 동료 길고양이가 포획되면 포획틀을 피하기까지 한다. 그러다보니 전문포획자들이 헛걸음만 하기 일쑤다. 하루 1~2마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1마리도 포획하지 못할 때가 종종 생긴다.

14일 강동구 천호2동의 한 카페 앞 ‘길고양이 급식소’를 찾은 갈색 고양이의 왼쪽 귀가 손톱 만큼 잘려 있었다. 이는 TNR(Trap-Neuter-Return), 즉 포획돼 중성화수술을 받은 후 다시 방사된 고양이라는 표시다.

이날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 영양사의 의뢰로 포획틀을 설치했던 고덕동물병원 소속 전문포획자 홍창호 씨도 두 번이나 허탕을 쳤다.

홍 씨는 “보통 ‘길고양이 급식소’를 관리하는 캣맘ㆍ대디들이 중성화가 안 된 고양이를 발견하고 TNR 의뢰를 해오면, 사전에 사료를 주지 말 것을 약속한다”면서 “기존에 습관적으로 사료를 먹던 길고양이들이 사료가 없으면 포획틀 안 참치 캔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홍 씨는 “캣맘ㆍ대디의 도움 없인 TNR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일단 길고양이가 포획틀 안으로 들어가면 그 이후는 일사천리다.

길고양이가 담긴 포획틀에 포획날짜와 장소 등을 꼼꼼이 적어 사진기록으로 남긴 뒤, 길고양이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중성화 수술을 마친 길고양이는 2~3일 회복을 거친 뒤 다시 기록에 적힌 원래 구역으로 돌아간다.

일부 주민들이 “다른 지역에 고양이를 풀어주면 안 되냐”며 불만을 표시하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정명래 고덕동물병원 원장은 이에 대해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다른 지역에 방사했을 경우 자칫 해당 영역의 우두머리 고양이에게 공격당해 죽거나 쫓겨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NR의 효과는 더디지만 가시적이다.

지난 2008년부터 1600여마리의 길고양이들을 중성화시키고, 2013년부터는 길고양이 급식소까지 운영해온 강동구청에선 “길고양이들가 쓰레기 봉투를 물어뜯어 거리가 더러워졌다”는 민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엔 포획틀에 잡힌 길고양이 6마리 중 4마리가 이미 TNR을 거친 고양이라 다시 방사해주기도 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가 늘어날수록 개체수 감소에 도움이 되는 만큼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정형기 강동구청 생활경제팀장은 “민원이 들어오는 곳도 외려 급식소가 없는 곳”이라며 “길고양이 급식소와 TNR이 길고양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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