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달라진 핼러윈데이]아이 잔칫날이 아니다…요즘엔 키덜트 세상
뉴스종합| 2015-10-29 09:50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핼러윈을 앞두고 직장인 서민정(가명ㆍ여ㆍ29) 씨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코스튬과 액세서리를 구입했다. 핼러윈 당일에 친구들과 서울 시내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단 하루 파티 참석을 위해서 그가 지출한 돈은 파티 티켓을 포함해 10만원이 넘는다. 서 씨는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핼러윈을 재밌게 보낸 기억이 있어 그 후 매해 핼러윈 파티에 가고 있다”며 “따분한 일상에 하루를 재밌게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옥션 고무가면

서양 명절인 핼러윈(Halloweenㆍ10월31일)데이. 국내에도 잘 알려지면서 어느샌가 유통특수가 돼 버린 데이(Day)다.

이런 핼러윈을 앞두고 ‘어른’들이 바빠졌다. 분주해진 그 어른은 바로 키덜트(아이+어른 합성어)다. 아이들을 설레게 했던 핼러윈데이는 아이들의 날이 아닌 키덜트 세상으로 된 듯한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다. 일부 키덜트는 핼러윈데이에 서 씨의 경우처럼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사실 핼러윈데이는 2000년대 후반 유치원을 중심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체험형태로 진행됐고, 2010년을 넘어서 대중화된 데이로 자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미국의 축제 핼러윈데이를 며칠 앞둔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완구매장에서 엄마와 아이가 핼러윈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핼러윈데이는 예전엔 아이들 잔칫날이었지만, 요즘엔 어쩔수 없이 어른 행사로도 변한 듯한 느낌도 든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그렇지만 2015년 핼러윈데이는 더 영역을 확장했다.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날에 머물지 않고, 어른까지 동참하는 날이 됐다. 유통업체의 교묘한 상술과 1인가구 급증 등 외로운 사람들의 증가, 어린시절 추억을 그리워하는 세태 등이 어우러져 이같은 현상을 낳고 있다.

실제 20대 이상의 핼러윈파티 문화는 성행하고 있고, 30대 이상 성인도 핼러윈 상품을 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특히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2030세대들은 모바일을 통해 오픈마켓, 파티전문 쇼핑몰에서 코스튬을 구입하고, 핼러윈 당일을 특별하게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핼러윈을 앞두고 예전엔 유치원 등에서 대량으로 캔디나 초콜릿을 구입하는 매출이 발생했다면 최근들어서는 연령대를 불문하고 핼러윈을 앞두고 각종 장식품이나 관련 상품 구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핼러윈에 동참하는 20대 이상의 어른세대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파티문화’의 확산을 꼽는다. 국외 한국인 유학생 20만 시대, 외국 문화에 거부감이 없는 세대들을 중심으로 낯선 ‘파티’가 젊은층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핼러윈을 포함한 파티용품의 매출이 단순히 시즌용, 일회성 구매가 아니라 매년 재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파티용품 전문몰 ‘제이벌룬’을 운영하고 있는 전남식 대표는 “파티용품 자체가 감성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입소문이 특히 중요하고 1회성 이벤트 용품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최근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재구매율이 15~20% 가량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특히 핼러윈은 다른 이벤트 시즌에 비해 20대 남성층의 구매가 특히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30세대의 핼러윈 참여가 늘면서 관련 용품 구입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제이벌룬의 경우 핼러윈을 코앞에 두고 모바일 주문 고객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또 다른 파티용품 전문몰 ‘파티해’ 역시 전체 접속자 수의 35~40%가 모바일을 통해 유입된다.

핼러윈을 목전에 두고 유통업체들도 서서히 핼러윈 시즌의 영향권에 진입하는 분위기다. 몇년 째 핼러윈 파티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시내 특급 호텔업계 관계자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객실이 평소보다 빨리 차는 편”이라며 “올해의 경우 평소보다 약 20% 정도 객실예약이 빠르게 진행됐다”고 했다.

이시환 카페24 마케팅전략연구소장은 “핼러윈데이 등 특수 시즌을 맞아 특이한 상품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전문쇼핑몰을 찾으면서 매출 특수가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파티 문화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면서 모바일 접속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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