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현장에서] 김무성, 미래세대 키우는 場에서 ‘과거’ 해명만…
뉴스종합| 2015-10-30 13:55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키워드는 ‘미래세대’다. 국정교과서 논란 이후 김 대표는 미래세대를 연일 앞세웠다. 역사교육 정상화는 미래세대의 자긍심이자 자부심이라 강조한다. 

지난 29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열린 ‘김해김씨 추계향사’에서도 미래세대에 대한 애정은 이어졌다. 낯선 예복을 입으면서도 말은 미래세대를 향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4대개혁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미래세대가 1등 국가, 1등 국민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온몸 던져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예복과 손에 든 마이크. 그 어색한 간극마저 마다하지 않은, 김 대표의 의지다.

김 대표는 그토록 강조한 미래세대도 직접 만났다. 추계향사 직후 부친인 고(故)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 설립한 포항 영흥초등학교에서다.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한 건 이 때부터다.

김 대표는 이날 교정에 세워진 부친 흉상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김 대표는 “책 어디갔어, 책”이라며 부친 평전인 ‘강을 건너는 산’을 찾았다. 동상 앞에 이 책과, 부친의 친일행적을 해명하는 100쪽짜리 자료를 함께 내려놨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몰려든 카메라, 취재진이 신기했을 법하다. 아이들은 연신 웃으며 김 대표를 향해 “사랑해요”를 외치고 손으로 하트를 그렸다. 누구인지 아느냐고 묻자, “대단한 사람이죠. 대표인 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문현답이다.

그저 손님이 반가운 미래세대, 그리고 엄숙히 교정에서 묵념을 한 과거세대. 예복과 마이크의 어색함과는 또 다른 무거움이다. 이념 전쟁은 이렇게 초등학교 교정으로까지 번졌다. 미래세대의 장(場)은 친일행적 논란을 해명하는 자리가 됐다.

학교 관계자와의 대담에서도 김 대표는 “요새 좌파들에 의해 (부친의 행적이) 친일로 매도되고 있다. 내가 정치를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자식 된 도리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또 “우리 민족의 비극을 정쟁으로 삼고 과거를 들춰내 과장ㆍ왜곡ㆍ비판하는 건 참 옳지 못한 일”이라고도 했다.

부친이 설립한 학교를 방문하는 게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자식 된 도리로 부친을 해명하고픈 마음도 인륜이다. 다만, 시기와 방법의 문제다. 부친이 설립한 학교를 굳이 이 시기에, 그저 김 대표가 반갑고 신기한 초등학생 앞에서 해야 했을까.

김 대표는 영흥초 방문 직전까지도 학교 방문이 부친의 친일행적과 관련된 의도인지 묻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친일행적을 해명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김 대표는 이날 관련 자료를 흉상 앞에 놓고, 묵념하며, 학교 관계자에 부친의 행적을 설파했다.

이후 김 대표는 또다시 미래세대를 외쳤다. 지역 당원교육 현장에 방문, 10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래세대’를 5차례 언급했다. 미래세대가 있는 곳에서는 ‘과거’를, 기성세대가 있는 곳에선 ‘미래’를 외치는 듯한 행보가 씁쓸하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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