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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총선 변수 뛰어넘을 수 있을까
뉴스종합| 2015-11-08 09:19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한 법안 심사가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시작된다.

가장 관심사는 종교인 과세다. 정부가 3년째 잇따라 추진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업무용 차량 과세 등에서는 이견이 제기돼 정부가 보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반면 기부금 공제 확대 등과 관련한 정치권 요구에는 난색을 보이는 모습이다.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종교인 과세, 총선 변수 넘을까=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민감한 내용 중 하나가 종교인 과세다. 종교인 과세는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종교인 과세는 국회 조세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구나 올해는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어 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개정안을 통해서도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에 의지를 보였다.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을 신설해 종교인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했다.

수입의 20∼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다. 필요경비율은 소득 4000만원 미만 80%, 4000만∼8000만원 60%, 8000만∼1억5000만원 40%, 1억5000만원 초과 20%다.

세제를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난감해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반대표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를 대놓고 얘기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종교계에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졌지만 반대하는목소리도 아직 남아있다.

▶업무용車 과세ㆍISA 도입, 실효성 강화 논의 주목=업무용 차량 과세도 관심거리다. 고가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구매해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리스 비용과 유지비까지경비로 처리해 탈세하는 관행을 막자는 취지에는 여야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비용처리 상한이 없어 차량등록·일지작성 등을 허위로 하면 여전히 탈세가 가능할 수 있는 만큼, 제도의 허점을 줄이려면 경비를 최대 3000만∼5000만원까지만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여야 정치권과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토하겠다”며 과세안 강화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하지만 차량가액 등을 기준으로 경비 상한을 설정할 경우 비싼 외제차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내심 통상 마찰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민·중산층의 재테크를 도울 목적으로 도입되는 ‘만능계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해선 실효성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다.

ISA만 있으면 예·…ㆍ적금,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운용할 수 있다. 정부안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제외한 모든 근로·사업소득자가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연간 2천만원까지 5년간 적립할 수 있고, 만기인출 시 모든 상품의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순수익에서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200만원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9%의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야당은 기존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 가입 대상인 서민층의 ‘비과세’ 혜택이 ‘일부 비과세에 일부 저율과세’로 후퇴한 반면, 상대적인 고소득층 입장에선 가입 장벽이 사라져 혜택을 보게 됐다며 비과세 혜택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최 부총리가 국감에서 “농업인 등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이 포함되게 할 수 없는지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한 이후 가입대상을 은퇴자나 구직자까지도 확대하는 방안이 최근 당정에서 논의되고 있다.

다만 비과세 혜택은 200만원 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기부금 공제 확대 등 정치권 요구에는 정부 ‘난색’=청년 정규직 근로자를 늘린 기업에 1명당 최대 500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청년고용 증대세제, 연구ㆍ개발(R&D)이나 설비·에너지절약시설에 투자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투자세액공제 혜택 축소 등 기업 관련 세제도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청년고용 증대세제는 대기업도 혜택을 보는 반면 투자세액공제 등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한 대기업 비과세·감면 정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야당 입장이다.

따라서 세수를 확충하기 위해 법인세 관련 세율을 인상해 실효세율을 끌어올리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며, 복지지출 효율화나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국세와 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 세무조사 업무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해 지방자치단체와의 중복 조사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반대가 거세다.

야당 일각에서는 지방재정 자주권을 훼손하는 조치라며 비판하고 있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한목소리로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상의 등 업계는 중복조사로 인한 기업 부담을 줄이려면 일원화가 타당하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한편 여야 다수 의원들이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상향조정하자는데 뜻을 모으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13년 세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기부금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어 혜택이크게 줄면서 기부가 위축되었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세액공제로 전환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만큼 기부금 증감 여부를 포함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밖에 최근 여당은 내년부터 코스피200 선물·옵션 등 증권 파생상품 거래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돼 있는 것을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시장 침체를 막자는 취지지만, 정부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법을 바꾸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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