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아이유 ‘제제’ 논란의 특이성
엔터테인먼트| 2015-11-11 10:06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 기자]가수 아이유의 신곡 ‘제제’를 둘러싼 논란이 끝없이 어어지고 있다. 이렇게 커질 사안이 아닌데도 일이 자꾸 부풀려지는 양상이다. 아이유 신곡 논란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문화 콘텐츠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생각을 밝힐 수 있다. ‘제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반응과 해석, 논란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가만히 놔두면 된다. 사람들은 다양한 견해를 보고 자기 식으로 이해하고 소화하게 된다. 그게 자연스러운 문화 소비과정이다.

그런데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출판사 동녘이 지난 5일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섯살 제제를 성적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다”고 밝히면서 끝 모를 논란은 시작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주인공 제제가 망사스타킹을 신고 누운 모습을 두고 아이유가 소아성애를 그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중권과 허지웅은 문학에 표준적 해석을 들이대는 출판사의 입장에 반발했다. 이어 작가 이외수는 아이유의 재해석을 반대하며 출판사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아이유는 “저는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습니다.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입니다“라면서 “하지만 제 가사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고 사과했다.

내가 아이유의 재해석을 두둔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유의 ‘제제‘ 가사와 표현방식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아이유가 이렇게 쫓기듯이 사과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안들도 아이유 케이스처럼 소모전의 양상을 띠며 진행돼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약간 특이한 면이 있다. 이전에는 사안에 대해 찬반논란으로 ‘옳고 그름’의 판정관이 돼 싸우다가 ‘적군’과 ‘아군’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면, 이번에는 동녘 측이 10일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 점에 사과를 드린다. 앞서 게재된 글이 하나의 의견으로서만 여겨지기를 바란다”고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건 과거보다 나아진 면이다. 예술에 대해서는 좋고, 나쁘고의 취향만 밝히면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취향을 충족시키면 대중예술로 사랑받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판단을 내리겠다는 식으로 재판관이 돼 옳다든가, 옳지 않다고 말할 건 아니다. 그 순간 소모적인 논란은 이어진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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