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취재X파일] 시작도 전에 잡음만 무성, ‘대종상영화제’
엔터테인먼트| 2015-11-13 17:49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대종상영화제 측이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 여가 지나 내놓은 굼뜬(?) 조치다. 그간 영화상 측은 참석 강제 논란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버텼으나, 결국 여론의 뭇매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대종상영화제 사업본부는 지난 달 14일, 홍보대사 위촉식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놨다. 당시 조근우 사업본부장은 “국민이 함께하는 영화제에서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방침을 두고 영화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후보들 중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배우라고 해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대종상 트로피의 무게감을 스스로 ‘참가상’ 수준으로 떨어트리는 방침이라는 반응이었다. 게다가 수상자로 확정된 배우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당일 시상식에 늦거나 불참한다면, 현장에서 갑자기 수상자가 바뀌는 촌극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진=OSEN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대리수상 불가를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못한 것 같다”며 “주최 측과 집행부 사무국이 얼마나 자기 기준을 가지고 운영하느냐가 국내 영화상의 위상이나 조직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건데, 사람이 바뀌면서 운영 철학이나 원칙 등이 달라지다보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대종상 측의 무리수가 원로 영화인들의 소위 ‘군기 잡기’처럼 보인다”는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간 대종상영화제는 거의 매년 심사 기준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가 후보에 오르는가 하면, 후보자 명단에 포함됐던 배우가 시상식 전날 탈락되기도 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무려 15개 부문을 휩쓸면서 과도한 상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급기야 올해는 영화상 트로피의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트로피를 빌미로 배우들의 참여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최고 권위의 영화상’을 자처하기 부끄럽지 않게 내실을 다지는 것이 대종상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면 영화인들도 자연스럽게 모이는 법이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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