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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위에 백수?…新사회최상층 ‘갓백수’
뉴스종합| 2015-11-23 09:33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대기업에 다니는 한모(32ㆍ여) 씨는 벌써 3년째 로스쿨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 선배 정모(35) 씨를 볼 때마다 배가 아프다. 선배는 사법고시 준비를 하다 30대 초반께 작은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했지만 잦은 술자리에 불만을 품고 1년여 만에 퇴사했다. 현재는 로스쿨에 들어가겠다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지만 3년째 낙방한 상태다.

하지만 강남의 2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선배는 오히려 한씨보다도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로스쿨 시험이 끝나고 나면 두어달 적당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해외로 겨울 휴가를 떠나는 선배를 보며 한씨는 “대기업 월급으로도 매 해 해외여행을 가는 건 쉽지 않다”며 “선배는 백수지만 나보다 마음이 풍요롭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DB]

젊은이들의 사회계층지도가 변화하고 있다. 대기업 취직보다는 부모님의 용돈을 받으며 편하게 사는 ‘백수’를 부러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 취직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에서 나온 씁쓸한 풍경이다.

최근 젊은이들은 무직을 의미하는 백수 중 부모님의 재력으로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직장인처럼 편하게 사는 사람들을 ‘갓수(신이라는 뜻의 god과 백수가 합쳐진 신조어)’라고 부른다.

‘갓수’는 최근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청년들의 우울한 현실을 드러내는 신조어 중 하나다. 지난 18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발표한 ‘2015년 직장인 신조어’를 보면, 직장인들에게 직장은 감옥같고 탈출하고 싶은 장소다. 대표적인 용어가 ‘직장살이’다. 직장살이란 신입사원이 상사의 꾸지람이나 선배, 동기들의 눈칫밥을 먹으면서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시집살이’에 빗댄 말이다. ‘출근충’은 아침 일찍 회사에 나가 밤 늦게까지 일해도 벌레처럼 적은 급여를 받고 자신의 개인생활을 갖지 못하는 직장인을 벌레에 빗대 표현한 말이다.

이처럼 직장생활을 우울하게 느끼다보니 자연스레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갓수’뿐 아니라 아이(child)와 직장인(salaryman)의 결합어인 ‘찰러리맨’역시 같은 의미다. 찰러리맨은 스스로 일해 돈을 벌면서도 부모님께 심리적, 물질적으로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의 다른 표현이다.

‘갓수’나 ‘찰러리맨’이 최근 등장한 신인류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수저계급론’과 함께 젊은이들 사이에 사회계층론이 논란이 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선택받은 사람들보다는 높은 계급이 될 수 없다’비관이 반영된 단어기 때문이다.

이런 신조어는 자칫 사회전체적으로 패배감을 확산할 수 있어 우려도 야기된다. 올해 사법고시를 응시한 한 대졸자는 “사법고시가 폐지되면 비싼 로스쿨 학비를 감당할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변호사, 판검사가 될 수 없다”며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없어졌으니 사회적으로 성공하겠다는 꿈은 버리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한 여성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죽을때까지 내집마련은 할 수 없는데, 누군가는 부모님 돈으로 이미 큰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며 “출발점이 다르다보니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가겠다는 목표 자체를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열정을 과다투입하면 얻을 수 있는 결과도 많았지만 지금은 성공을 위해 삶을 던질만한 동기가 없다”며 “이런이유로 젊은이들이 조직에서 성공하기보다는 개인적 삶에 매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런현상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정한 보상체계와 사회보험 등을 마련해 사회를 상향평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표>

갓수‘와 ’평범한 직장인‘ 라이프 스타일 비교

갓수’ 정모(35) 씨 직장인 한모(32) 씨

거주지 서울 서초구 20평대 아파트 서울 영등포구 12평 원룸

부모님 직업 아버지 공기업 퇴임 후 연금 생활 아버지 퇴임 후 건물 경비 근무

차량유무 국산 SUV 없음

한 달 수입 용돈 120만 원 + 알바 등 비고정 수입 월급 280만 원

한 달 생활비 용돈 + 학원비 등(방값, 적금 등 없음) 100만 원 안팎(월세, 적금 등 제외)

향후 5년 내 목표 로스쿨 합격 결혼자금 모으기(1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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