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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빨리 가려다 10년 먼저 간다”…끊이지 않는 ‘곡예 버스’ 악순환
뉴스종합| 2015-11-24 08:57
과속ㆍ신호위반 등 ‘곡예 운전’에 사망사고 잇따라
운전기사 부족ㆍ배차간격 빠듯…각종 여건도 ‘열악’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회사원 문모(27ㆍ여) 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경기 지역 직행좌석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며 매일같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일본에서 4년간 생활하다 귀국한 문씨는 도로를 질주하는 ‘총알 버스’가 도무지 익숙지 않다. 문씨는 “중앙선을 넘어 앞 버스를 추월하거나 과속 경고음이 나오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며 “한국의 빠른 속도에 적응해 가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과속과 신호 위반을 일삼는 ‘곡예 운전’ 탓에 버스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 경기 지역 버스 좌석에 안전띠 착용을 장려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시민의 발’인 버스가 위험천만한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과속과 신호 위반을 일삼는 ‘곡예 운전’에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담보된 상황이라 그만큼 우려가 크다.

2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버스 사고 사망자 수는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42명에서 지난해 51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32명이숨졌다.

그동안 버스의 과속이나 신호 위반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22일 저녁에는 경기 고양시 수도권 전철 대곡역 부근 중앙차로에서 마주 오던 버스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나 승객 김모(21ㆍ여) 씨가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일산에서 서울 방면으로 가던 버스가 앞차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빗길에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도로 경계석을 들이받은 후 핸들을 급격히 꺾어 마주 오던 버스와 2차 충돌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월에도 서울 강서구 공항중 인근 사거리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던 시내버스가 좌회전하던 시내버스와 충돌해 승객 2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다치기도 했다.

현재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 등에서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전 좌석에서 안전띠를 맬 것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승객들의 반응은 오히려 부정적이다. 이모(25ㆍ여) 씨는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당연하지만 대놓고 ‘빨리 달리겠다’고 말하는 것 같아 반감이 들고 더 무섭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일부 좌석제 버스를 제외하고는 입석 승객도 많다. 이 경우에도 승객이 채 자리를 잡기 전 급출발을 일삼거나 특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버스 운전기사들은 ”적은 수의 기사들이 빠듯한 운행 간격을 메워야 하다 보니 ‘곡예 운전’으로 내몰린다“는 입장이다. 또 앞뒤 차량과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면 배차 간격을 여유 있게 둬야 하지만 시민은 배차 간격을 단축하길 원한다는 양면성이 있다”며 “최대한 운전기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배차간격을 만들 어야 하는데 열악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는 버스 운행 인가ㆍ면허권이 있는 각 지자체가 버스 회사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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