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음수사원ㆍ직정경행ㆍ천하장수…YS 기리는 방명록 정치
뉴스종합| 2015-11-24 09:26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에게 딱 한마디를 전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드려야 할까. YS의 빈소를 찾은 정치권 거목을 비롯한 각계 주요 인사는 ‘방명록’을 통해 그 한마디를 전했다.

한 줄 내외의 짧은 문장이지만 어떤 이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어떤 이는 고인을 추억ㆍ칭송하는 말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정치행보의 방향을 볼 힌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방명록의 기록은 곧 정치다.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지난 23일 YS 빈소 앞에 놓인 방명록에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적었다. 이 전 총재는 그 의미에 대해 “물을 마시면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뜻”이라며 “우리나라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고 설명했다. ‘음수사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 내린 휘호다. 과거 ‘삼김(三金)청산’을 외치며 초래된 YS와의 불편한 관계가 일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출신의 박찬종 전 의원은 지난 22일 ‘직정경행(直情徑行ㆍ생각한 것을 꾸밈없이 행동으로 나타냄)의 신념의 지도자, 안식하소서’라는 글귀를 남겼다. 이는 박 전 의원이 ‘양김 분열’ 이후 YS와 결별하고, 1990년 3당 합당 때 여당합류를 거부한 발자취와 연결됐다. 박 전 의원은 다음날 라디오에 출연, “(YS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를 안 했다”며 “다만 (김대중 후보와) 단일화를 안 한 것은 굉장히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방명록 글

YS와 개인적인 인연이나 추억을 고스란히 방명록에 담은 사람도 있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아침에 가면 사모님의 시래기국, 밤에 가면 대통령님의 와인을 주셨던 상도동을 기억하며 감사 드립니다’라고 썼다. 이 지사는 조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년 기자 시절에 상도동을 담당하면서 무수히 얻어 먹었던 사모님의 멸치를 넣은 된장 시래깃국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YS와 같은 경남 거제 출신인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방명록에 ‘저를 정계로 이끌어 주셨던 각하! 감사합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라고 썼다.

박찬종 전 의원 방명록 글

YS의 업적을 칭송하는 방명록의 글도 눈에 띄었다. 야권 인사들은 YS를 민주화의 역사를 이끈 산증인으로 회고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 땅에 민주화의 역사를 만든 큰 별이셨습니다’라고 적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김 전 대통령님의 민주정신과 개혁정신은 우리 역사에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민주주의를 일으키신 천하장수이셨습니다’라고 썼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지도자로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적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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