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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다들 꺼리는 돈 안되는 사건 제가 맡죠”…국내 첫 시각장애인 변호사 김재왕 씨
뉴스종합| 2015-11-24 11:06
대학원 재학중 녹내장으로 시력잃어
성소수자 등 인권개선 위해 할일할뿐



“제가 하는 사건은 돈 되는 사건이 아니에요. 일반 영리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이 선뜻 하기 쉽지 않은 사건이죠.”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변호사 김재왕(37·사진)씨가 사건을 보는 ‘시각’은 일반 변호사들과 다르다. 소가가 적다거나 승소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남들의 관심을 덜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우선이다. 



장애인이나 성적 소수자 등 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공익 인권 소송이나 입법ㆍ정책 활동에 앞장서왔다.

사실 김씨가 처음부터 인권 변호사의 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던 중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어 학업을 포기했다. 그러다 지인에게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긴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대 로스쿨 1기에 입학했고,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가 된 그는 공익ㆍ인권 변호사 모임인 ‘희망을 만드는 법’을 설립해 장애인 인권 문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의 이름을 걸고 처음 맡은 일도 장애인 권리 옹호를 위한 기획 소송이었다.

18대 대선 당시 TV 방송 토론회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통역 화면이 지나치게 작아 알아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투표 안내문이나 공보자료에 점자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도 제기했다.

김씨는 또 스크린도어가 없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추락해 상해를 입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맡았다.

법적으론 철도공사가 승강장에 안전펜스나 스크린도어 중 하나만 설치해도 돼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이었지만, 항소심에 나선 김씨는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재판부를 설득했다.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만으로는 상ㆍ하행 구분이 어렵고, 어느 쪽 문이 열린다는 안내 방송이 있었다면 열차가 들어오는 줄 알고 허공에 발을 내딛는 일은 없었다는 것.

결국 재판부도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철도공사의 과실 30%를 인정해줬다.

김씨의 활동영역은 법원 안에 한정돼 있지 않다. 올해 수능 수학과목에서 시각장애인 수험생들에게 점자정보단말기가 제공된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우연히 알게 된 고등학생들로부터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처럼 수능에서도 컴퓨터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를 듣고 시작한 일이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차별적인 환경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증언대회를 열었고, 교육 당국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출력이 점자 형태로 돼 입력ㆍ수정과 확인이 편리해진 점자정보단말기를 도입하게 됐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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