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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의 이 장면 &이 대사] “아저씨, 머리 되게 커요”…'스타킹', 강호동의 장점은 알겠지만...
엔터테인먼트| 2015-12-02 08:41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저씨, 근데 머리 되게 커요.”

열 살 소녀 최윤영은 1일 방송된 SBS ‘스타킹’에 출연해 놀라운 폴아트 연기를 선보였다. 1년 2개월 배웠을 뿐이지만, 프로 못지 않은 소녀의 무대에 연예인 패널들과 강호동 이특 두 MC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윤영 양의 닉네임은 ‘강릉 본드걸’. 일반인 제보자를 통해 이 무대에 섰다.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카메라 앞에 선 최윤영 양은 차분하게 방송에 임하다가 난데없이 강호동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잠시 방송이란 걸 잊은 듯했다. “아저씨 머리 되게 커요.” 윤영 양과 키를 맞춰 자세를 굽히고 앉아있던 강호동은 애써 담담한 척 하며 “그래?”, “언제부터 알았는데?”라고 말한다. 



일반인이 주인공이 된 프로그램을 이끈지 8년.(물론 휴식기는 있었다). 전국민이 다 아는 얼굴 강호동의 장점이다. “카메라 앞에 처음 서봐 긴장한 일반인들을 무장해제시켜 그들의 재능과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하는”(심성민 PD) 능력을 가졌다.

SBS ‘스타킹’이 화요일 밤 9시로 시간대를 변경해 1일 방송됐다. 지난 2007년 첫 방송된 ‘스타킹’은 8년간 토요일 오후 ‘무한도전’(MBC)을 상대한 일반인 예능의 선구자격 프로그램이었다. 초창기 강력한 화제성에 비해 관심이 시들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지난 8월 잠정 폐지가 결정, 추석 특집 ‘뉴스타킹’을 거쳐 현재 우여곡절 끝에 부활했다.

이번 편성은 전략적이었다. 주중 9시대로 안착한 신규편성은 도리어 프로그램의 성격과도 맞아떨어진다. 4050 주부 시청자를 겨냥하는 시간대로, SBS는 이미 2004년 주중 9시대 생활교양 프로그램의 띠편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순간포착 세상의 이런 일이’, ‘생활의 달인’, ‘궁금한 이야기 Y’는 이 시간대에 7~9%대의 시청률을 써내고 있으며, ‘영재발굴단’은 3%로 시작해 6% 이상이 나온다. ‘스타킹’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뉴스토리’의 뒤를 이어 편성됐다. 중장년층을 겨냥해 드라마 시청 전 편안하게 보기에 안성맞춤인 포맷이다. 최영인 CP 역시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친구같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평일밤 시간대가 더 어울린다고 봤다”고 말했다.

개편 후 첫 방송된 ‘스타킹’은 전국 5.8%. 수도권 6.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 ‘뉴스토리’와 비슷한 수치다.

기존 90분에서 70분으로 시간이 줄어든 프로그램은 출연자도 패널도 압축됐다. 일반인 제보로 출연한 재주꾼이 두 팀 출연해 각자의 장기를 선보인 뒤 금주의 스타킹을 뽑는 대결 형식이다. 강호동은 재주를 보는 재미, 사연을 듣는 감동, 대결의 긴장감이 더해져 “식감으로 표현하면 쫄깃쫄깃해졌다”고 촌평했다.

다소 긴장한 듯한 출연자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데다, 소소해보이는 무대마저 특별하게 만드는 강호동의 박력있는 진행실력은 여전히 살아난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심심해졌다. 지난 8년간 ‘스타킹’은 강호동의 이야기처럼 “평범한 이웃들이 출연해 영웅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일반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됐다. 방송에 길들여진 연예인에겐 볼 수 없었던 날 것의 생생함이 살아있고, 자기 자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격려와 위로, 꿈과 희망을 전하는”(심성민 PD) 명분을 갖춘 프로그램이다.

재미요소는 진기한 재주를 지닌 일반인 참가자들에게 있었다. 물론 지난 8년간 무수히 많은 일반인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이미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 프로그램과 SNS 범용시대가 도래하며 ‘스타킹’의 경쟁자가 많아졌다. 자칫 재탕 방송이 될 우려를 안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신기한 장기’를 가진 일반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개편 첫 방송된 ‘스타킹’은 지난 8년간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요소가 다소 약화됐다. 대신 프로그램은 사람사는 냄새를 강조하며 ‘스토리’를 키웠다.

심 PD는 “지난 8년간 축적한 엄청난 섭외 리스트를 보니 퍼포먼스틑 조금 떨어지는데 사연이 풍부한 일반인이 많았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비틀어 봤을 때 이야기의 힘을 좀더 배가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스타킹’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미대 15학번 미녀 삼총사의 이날 출연은 때문에 상징적이다. 주부 차력단으로 활약한 이들 중 한예섬씨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8차까지 했다”며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재주에 스토리를 얹은 출연자인 셈이다.

심 PD는 “유명 브랜드일수록 리뉴얼이 쉽지 않다”며 “시청자에게 선하고 좋은 가치를 전하고 ‘스타킹’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기기묘묘한 재주와 퍼포먼스 위주에서 사람 냄새가 나고 감동과 용기, 꿈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수시로 크고 작은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많아진 만큼 MC들의 역할도 강조된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들어주는 MC 강호동 이특이 있어 ‘스타킹’은 점차 탄탄한 이야기를 갖춘 프로그램으로 변화를 함께 꾀하고 있다. 강호동은 “‘스타킹’에 출연하는 분들은 모두 친구이고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에게 몰두하다 보면 진심이 나오게 된다. 나의 승부수는 진심이다”라며 “‘스타킹’은 내게 스승 같은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하며 ‘저런 분들도 계신데’ 라며 각오를 다지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가 시청자와 출연자 사이의 튼튼한 다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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