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 미분류
중국 “구조개혁 속전속결” vs 한국 “정쟁에 올스톱”
헤럴드 경제 미분류| 2015-12-22 11:20
#“아주 많은 곤란과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특히 구조적 생산능력 과잉은 비교적 엄중하다. 이것은 우회할 수 없는 역사적 고비다”(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 발표문) vs “지금 구조개혁은 아직 미완의 상태다. 단기적으로 중요한 정책 하나를 꼽자면 구조개혁이다”(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21일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 한 해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이 회의는 간결하면서도 명료했다. ‘뉴노멀’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에 구조개혁, 유연한 통화정책 등 나름 처방전도 내놓았다. 체력을 관리하면서도 강도 높은 내과수술을 병행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같은 시각. 한국은 구조개혁 관련법의 국회 통과를 놓고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오죽하면 경제단체장들이 한 목소리고 구조개혁법 국회 통과를 외치고,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첫 일성으로 ‘제발 빨리 구조개혁법 좀 통과시켜주십시요’ 하고 읍소했겠는가. 이게 중국과 한국을 극명하게 가르는 현실이다.
과잉생산에 비효율적인 산업구조, 빚과 정부 보조금에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증가, 부동산 공급 과잉, 장기화되는 경기침체 등 한국과 중국의 닮은 꼴 경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처방적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이 비생산적인 정치에 발목이 잡혀 구조개혁 관련법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사이, 중국은 재빨리 강력한 구조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것도 재정적자 확대와 유연한 통화정책이라는 무기도 장착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국이 또 한번의 갈림길에서 중국에 역전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중국의 한국 추월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 한 해 중국이 한국 기업에 투자한 규모는 1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올 한해에만 무려 199%가 늘었다. 보험에서부터 첨단기술, 의료, 화장품 까지 중국 자본이 뻗치지 않는 분야는 없다. 한국 기업이 중국자본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이 정치의 늪에 빠져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강도높은 구조개혁이라는 수술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중국 경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처는 신속하다. ▷과잉생산 해소 ▷부동산 등 재고 청산 ▷부채 축소 ▷기업 비용 인하 ▷사회 취약망 개선 등 ‘5대 중점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적자 확대 용인, 감세 및 규제완화, 유연한 통화정책 등의 카드를 꺼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중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공급측면의 개혁을 통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 좋은 먹거리, 생활수준의 질적인 업그레이드 등 그동안 누적됐던 숙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이번 구조개혁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중국이 현재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구조개혁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의지에 기대도 거는 눈치다. 중앙당교 경제학부 한바오장(保江) 주임은 “경제공작회의가 내놓은 정책들을 결합시켜 연쇄효과를 낸다면 중국은 뉴노멀시대에 새로운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중국은행업협회 수석경제학자인 바수쑹(巴曙松)도 “과거 공작회의에 비해 이번 공작회의는 공급측개혁과 구조조정가 특히 강조됐다”고 분석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이에 대해 “한 참 전에 ‘구조개혁’이라는 칼을 꺼내 들고서도 무 한 번 자르지 못하고 용도폐기될 처지에 놓인 한국과는 전혀 딴판”이라며 “V자형 경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L자형 완만한 경제성장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개혁 처방전은 한국이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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