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의류
‘전태일 후배’ 봉제업체 CEO들 “사업재생, 모듈러시스템에 해법 있다”
뉴스종합| 2015-12-23 06:21
 19개 소형 봉제업체 대표들 영원무역 베트남공장 방문…즉시 적용 가능한 선진시스템 학습



[하노이(베트남)=신동윤 기자]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남동쪽으로 110㎞ 떨어진 영원무역 남딘(Namdinh)공장.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밑거름역을 담당했던 봉제산업 대표들이 지난 21일 이곳을 찾았다. 선진화된 제조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영원무역 사업장을 견학, 노후 설비와 운영시스템을 교체하는데 가장 적절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및 한국의류산업협회, 서울시내 6개 조합 산하 19개 봉제업체 대표들은 ‘제2의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일념에 눈빛이 빛났다.

이들이 찾은 영원무역 남딘공장에는 현재 78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지난 2004년 50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이 공장은 2008년 9월 설립된 원단 생산법인 성남방직. 2010년 인수된 뉴질랜드 메리노울 원단업체 디자이너텍스타일 인터내셔널(Designer Textiles International)이 더해지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46만2000㎡ 규모의 공장에서 연간 700만피스(pcs)의 완제품이 생산되는 남딘공장의 한국 근로자는 단 1명 뿐. 핵심 사업부서장 모두를 현지인으로 운영하며 완벽한 현지화를 이뤘다.

남딘공장이 다른 봉제공장들과 달리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모듈러(Modular)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모듈러시스템은 숙련 노동자 6~7명(니트) 또는 10명(우븐)이 원형으로 둘러 앉아 완제품을 생산해내는 구조다. 이는 생산 초기단계부터 완제품까지 단순 노동을 하는 수십명의 노동자가 일렬의 단일라인으로 구성돼 일하는 기존 ‘컨베이어벨트시스템’과는 큰 차이점을 보인다.

김진국 영원무역 전무는 “모듈러시스템으로 생산할 경우 숙련노동자 각자가 책임지고 중간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최종 라인의 인원수를 최소화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특히, 상황에 따라 생산물 및 조직을 쉽게 변형할 수 있는 등 탁월한 유연성 덕분에 부가가치가 높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공장을 둘러본 봉제업체 대표들은 모듈러시스템이 침체된 국내 봉제산업의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일제히 기대했다. 
사진설명=원무역 남딘공장 봉제라인에 적용한 모듈러 시스템. 숙련 노동자 각자가 책임지고 중간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최종 라인의 인원수를 최소화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사진설명=성기학 섬산련 회장이 영원무역 남딘공장을 방문한 소형 봉제업체 대표들에게 첨단 생산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귀성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이사장은 “옛날 봉제공장에 대한 재생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며 “영원무역에서 봤던 첨단시스템과 선진기술의 경우 조금만 바꾼다면 곧바로 봉제업에 종사하고 있는 소공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소형 봉제업체 대표들의 남딘공장 견학은 성기학 섬유산업연합회장(영원무역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

지난 10월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에서 강사로 나선 성 회장은 소규모 봉제업체들이 생존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설비와 생산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 그 대안으로 모듈러시스템을 꼽은 뒤 해당 시스템이 가장 원활하게 작동 중인 영원무역 남딘공장으로 소공인들을 초청해 눈으로 확인시킨 것이다.

방문단을 이끌고 직접 공장을 안내한 성 회장은 “현재 시장 상황은 품질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어 소위 ‘시장은 좁고 경쟁에서 먹고 살기는 힘든’ 상황이라 할 수 있다”며 “남딘공장을 돌아보며 배운 점을 바탕으로 더 발전시켜 나간다면 ‘시장확보-수익성 개선-채용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공인들이 작업환경을 개선해 한국 섬유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섬산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도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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