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팝콘정치]김무성의 ‘상향식 사랑’과 원유철의 ‘못 먹는 감 찔러보기’
뉴스종합| 2016-01-28 10:08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못 먹는 감은 찔러보고 싶기 마련이다. ‘잘하면 먹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손놀림은 더욱 바빠진다. 어떻게든 그 감이 내 ‘관심대상’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지고, 감이 스스로 입에 굴러들어와 줄 수는 없을지 고민이 늘어난다. 주변에 ‘감을 먹지 말라’는 감시자가 있다면 욕구는 더 간절해진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최근 총선용 인재영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기싸움이 이런 형국이다.

상향식 공천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김무성 대표는 ‘감(인재)은 열린 문으로 알아서 굴러들어올 테니 가만히 좀 있으라’ 채근이다.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앞으로! 2030 새누리당 공천 설명회’에도 이런 메시지가 담겼다. 청년들에게 상향식 공천제도를 알리고자 마련된 행사였지만, 초점은 자당 소속 예비후보 중 특색있는 젊은이들을 소개하는 데 맞춰졌다.



‘봐라, 가만히 있어도 이런 알짜배기 감들이 들어왔다’는 무언의 압박이자 자랑이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은 이번 행사가 인재영입 혹은 인재소개 ‘쇼’로 비춰지는 것을 상당히 경계했다는 후문이다. 좋을 것 없는 ‘인재영입 논쟁’에 간접적으로 휘말릴 수 있는 요소조차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몸이 달아오른 원 원내대표는 ‘감 찔러보기’에 나섰다. ‘원 원내대표가 김연아 선수에게 정치할 뜻이 있는지 타진해 봤는데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본인이 직접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바둑기사 조훈현 9단과 김규한 쌍용차 기업노조 위원장은 (인재영입 대상으로) 어떠하냐”고 말을 꺼내는 등 ‘군불 때기’에 나섰다.

당사자들과의 대화에 앞서 언론을 통해 자신의 ‘관심’을 슬쩍 흘려 내보내고, 그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변칙적 인재영입’ 행보다.

비록 계파가 다르기는 하지만 당 대표와 정면으로 충돌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이대로 감 수확철을 보내기는 아쉬우니 선택한 이른바 ‘플랜 B’다. 특히 “당 지도부와의 상의도, 당사자들에 대한 영입의사 전달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 (언론을 통해) 얘기가 나왔으니 해야겠다”는 원 원내대표의 말은 ‘먹지 말라는 감 찔러는 보고픈’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문제는 감이다. 애꿎은 남의 집 싸움에 얽혀 ‘쿡쿡’ 찔린 감들은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 참 여러 사람 애먹이는 샹향식 공천과 인재영입이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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